
Future Museology 퓨쳐뮤지올로지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기간 2026.09.17 — 2027.03.14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전시장 스페이스닻
전시 기간 2021.11.02 – 2021.11.12
사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안락한 경지
박정민
우리는 쉼을 표현할 때 집이라는 장소, 공간을 빼놓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편안하게 때로는 은밀하고 긴밀해진다. 이는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외부 요소들로부터 분리되어 안락함과 안정감을 받을 때 행해진다. 누가 알려준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닌 본능적인 우리들의 행동이다. 우리는 그렇게 날 때부터 자연히 집과의 정신적, 신체적 교류를 통해 사적이고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나고 자라 여전히 살고 있는 나의 집, 배움을 위해 18년도부터 여전히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의 집. 394km 떨어진 두 집을 처음에는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연결하려 했지만 비단 머리로 감정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한껏 날선 촉각과 둥둥 뜬 정신에 결국 밝은 빛을 보고야 말았던, 현관 앞 캐리어를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다시 발걸음을 돌리던 그 언젠가가. 끝끝내 통열한 균열을 만들어 비가시적인 나와 집의 관계에 긴장감을 유발해 정체성에 혼란을 촉발시켰다. 어떠한 의지도 개입되지 않았으나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유랑자가 되었다.
······ 탈탈탈- 돌아가는 작은 원들이 오늘도 결국 어딘가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깊은 들숨으로 낯선 공기에 적응하려 노력하다 이윽고 털썩 주저앉아 짐을 풀었다. ······ 지친 몸을 잠시 뉘 우려다 현관 앞 분홍색 캐리어와 눈이 마주쳤다. 창고에 넣어볼까 잠깐 고민하다 ‘어차피 다시’라고 읍 조리곤 이내 고개를 돌리는 나를 발견했다. ······ ······잠을 청하려 별을 세어볼까 꼭 감은 눈을 떴지만 텅 빈 천장에 아! 하고는 깨달았다. ······ - 작가노트 중
<안락한 경지>는 나와 집의 간극을 메워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방법, 스스로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이다. 편안함, 안정감, 안녕함, 안온함*** 감정들을 가장 잦게 느끼는 곳이 어디일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첩을 뒤적이다 유독 자연의 공간이 눈에 많이 들어왔고 무의식중에 발걸음이 향하는 날것의 공간들에 나는 자연을 집이라 명명했다.
······스테그너의 경우 의미 있는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은 바로 꿈꿔오고 기억되는 장소이다. 갑작스럽고 격정적인 경험이든, 천천히 그리고 차분한 관계로 진전된 경험이든 중요한 것은 이 장소가 당신만의 고유하고 사적인 곳이라는 느낌이다. ······ - 『장소와 장소 상실』, 논형, 2005, p.93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그곳의 일부가 되어보기도 하며 나의 감정이 가장 격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퍼포먼스를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모든 행위는 앞서 말한 나와 집의 간극을 메우기 위함이다. 목적지 없이 한 공간을 무작정 걸어 다니거나, 보물이라도 지키려는 것 마냥 빽빽하게 들어선 것들에 나도 같이 합류하거나 온전히 나로 받아 줄것이 있을 거라는 믿음에 단단한 바닥을 푹푹 파내어보는 적극적인 행위들이 나만의 위로 방식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찾기 위해 이렇게 나와 집과 은밀하게 상호작용 한다.
(출처= 스페이스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