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
전시 기간 2019.02.26 – 2019.03.17
사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일제강점기는 내게 ‘슬픔’이란 명사뿐이었다. 구체적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배제된 이야기들, 불과 100여 년 전 나라 잃은 역사이질 않나. 줄곧 흐리멍덩하게 과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인도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뉴델리 레드포트가 우리 광복군이 영국군과 함께 훈련하던 장소라고 했다. 머리털이 쭈뼛 섰다.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뒤져보니 유럽에서 중미까지 내 예상을 뛰어 넘는 범위였다. 그 전까지 우리 독립운동사를 너무 좁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던 셈이다. 간질간질한 무엇인가가 가슴에서 퍼져 나갔다.
세계일주를 하고 있던 난 계획을 송두리째 변경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현장을 찾아 헤매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가는 곳마다 독립운동가 후손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대사관에 연락도 해보고 이도 여의치 않으면 한인회를 찾아갔다. 한국인 선교사에게 도움을 청할 때도 많았다. 세계 곳곳에 보석처럼 박힌 그들을 찾아내는 일은 인내를 필요로 했다. 촬영은 그 다음 문제였다. 기다림 끝에 연락이 닿아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통역을 구해 그들을 만나면 하나 같이 따듯하게 날 안아주었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김치를 꺼내와 내 입에 넣어준, 차 한 잔으론 부족해 밥상을 내온 할아버지·할머니들. 그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뿌듯해 했고 보람 있어 했다. 민족이 무엇인지, 자신의 뿌리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그들을 통해 독립운동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었다.
뭉클한 만남 이후에는 사적지를 찾아 나섰다. 지도가 정확치 않거나 주소가 틀리게 표기된 곳이 많아 헛걸음은 예삿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름 하나, 사진 한 장 들고 독립운동가의 묘지를 찾는 건 꽤나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만두고 싶을 때쯤 찾던 비석을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러다 표지판 하나 없이 터만 남아 있거나 완전히 풍경이 바뀐 장소에 닿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멍하니 초점이 흐려졌다. 애써 이해하고 싶고 한발 더 다가가고 싶어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장소들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카메라를 옮겨 봐도 공간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고백하건대 이 작업은 내게 역부족이었다. 때론 감정 소비에 지쳐 집에 돌아갈 이런저런 구실을 찾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업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역설적이게도 최소한 돌아갈 구실을 찾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찾아 헤맨 그들은 돌아갈 나라조차 없지 않았나.
나도 몰래 감정이 불나방처럼 춤추는 걸 애써 진정시켜야 했던, 역사 공부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던 무수히 많은 밤을 지내고 보니 독립운동과 관련된 중국·인도·멕시코·쿠바·미국·러시아·네덜란드·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9개국을 여행 한 뒤였다. 한국에 돌아와 행려병에 걸린 사람처럼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들끓던 감정이 좀 가라앉았으면 했다. 조금 편하게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차분하게 작업 내용을 복기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너무 식지 않았으면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과 만주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사를 찾아 훌쩍 떠나야 하니까. 왜 이 감정의 칼춤 앞에 또 서려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업은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역사를 소환하고 증거하고자 했던 시도다. 우리가 오롯이 기억하고 살펴야 할 과거이자 현재 말이다. 작업 시작은 우리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했지만, 끝은 독립운동에 대한 진심으로 갈음했으면 한다.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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