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갤러리호호
전시 기간 2022.10.03 – 2022.10.22
기획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돌아보는 시선,돌아오는 사랑 홍예지 미술비평
어느 날 당신은 장자도에 간다. 그 섬은 공간적 좌표 외에 ‘유년’이라는 시간적 좌표를 갖는다.뒤얽힌 일상 속에서 머리가 뒤죽박죽 될 때, 내가 누구인지 의심스러울 때,도무지 살아갈 힘이 나지 않을 때, 그때 당신은 장자도를 찾는다. 기억의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 장차 수만 갈래로 나뉠 미래를 암벽 안에품고 있던 섬. 눈뿌리까지 스며드는 생생한 초록과 청량한 하늘을, 연한 피부를 어루만지던 야생의 바람을, 당신은 선연히 그리며 그리워한다. 저 멀리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곳은 보이지 않는 길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당신이 나를 찾고, 나를 펼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며 세상에 나아갈 때, 육지는 둔한 몸뚱이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당신은 쟁기질하듯 자신을 던져 본다. 힘주어 땅을 갈고 뒤엎으며 풍년의 약속을 공고히 한다. 하지만 당신이 일구는 밭은 기약없이 기다림을 늘여 놓는다. 내가 잘못된 걸까? 땅을 탓하기엔 이미 너무나 많은 공적이 쌓여 있다. 타인들의 눈부신 성취가 건물처럼 빼곡히 들어섰다. 그 사이사이에 몸을 뉘이며 당신은 생각한다. 그들이 해냈다면 나도 해내리라. 그러나 무엇을? 바쁜 손을멈춘 틈, 물음표가 들어선다. 바깥을 향해 총알처럼 쏟아지던 질문이 당신 안으로 돌아온다. 당신이 당신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장 어두운 곳에 숨겨져 있는 영역은 어린 시절, 섬의 형상으로 반쯤 잠겨 있는 기억이다. 그곳엔 당신 자신과 당신의 형제 자매와 당신의 부모가 있다. 욕망에 가려져있던 뱃길을 찾아 섬으로 돌아간다. 끊어진 줄 알았던 연결 고리를 더듬어 찾는다. 늘 윽박지르던 손이 감싸는 손으로, 해치우던 손이 불러모으는 손으로 바뀐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던 시선은 카메라의 시선을 좇아 유년의 몸을 되살려낸다. 당신 앞에 선 당신은 이제 어떤 시간을 재생시키고 있을까? 박지현의 붓끝을 천천히 따라가 보자. 과자를 입에 물고 한 손엔 풍선을 들고 서 있는 당신은, 자신도 잊고 엄마 아빠도 잊은 채 현재에만 몰두한다. 그 순수한 무지에 당신은 놀란다. 그 아이의 눈앞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가, 손끝에 잡힐 듯 아주 가까이 펼쳐진다. 아이는 시선을 모르고 제약을 모른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끌리는 대로 한껏 팔다리를 늘어뜨린다. 아이의 유연함은 화면 바깥에 있는 부모의 감탄을 자아내며 온전히 보호받는다. 언젠가 지나온 적 있는 시기를 다시 마주하는 어른은 어떤 마음일까? 그때 부모는 당신에게서 자신을봤다.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자기를, 섬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아이를 그제야 알아보았다. 곧 흩어질 순간을 붙잡던 카메라는 생을 포착하는 몸짓이었다. 아무 조건 없이, 존재하는 그대로 무한히 긍정하며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당신이 알든 모르든 그 마음이 이제껏 당신을 살려 왔다. 언제나 당신을 비호하며 함께해 왔다. 이제 당신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다. 당신은 부모를 관찰하며 자신의 미래를 본다. 때로는 당신 나이였을 때 부모의 흔적을 찾는다. 마치 그 모습에 현재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는 듯이. 기억하려는 몸짓은 선택의 몸짓이라서, 무심히 흘러가는 가운데 무엇을 남길 것인지 가려낸다. 이 “쌓이고 흐르는” 과정 속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이탄생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무수히. 그렇게.
(출처 = 갤러리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