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장 충무로갤러리

김경원, 장세일 : 플라시보 바이러스

종료

전시 기간 2022.12.02 – 2022.12.20

기획전
김경원, 장세일 : 플라시보 바이러스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
관람 시간
11:00 - 19:00 *토 11:00 - 18:00
휴관일
일, 월, 국가공휴일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 한영빌딩 지하1층
지도 보기
길찾기 (새 창)

전시 소개

플라보시 바이러스(placebo + virus)

‘플라보시’ 뜻은 ‘가짜약’을 의미 한다.

효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데도 마치 그것이 있는 것처럼 환자에게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수면제를 요구할 때, 수면제 처방이 어려운 환자에게 어쩔 때는 수면제 모양을 닮은 소화제를 줄 때가 있다고 한다. 환자는 신기하게 이 약을 먹고 편안하게 잠이 든다는 것이다.

바이러스(virus)는 혼자서는 증식이 불가능하여 숙주 세포 내에서 복제가 이루어지며, 짧은 복제 주기를 가지고 있어 빠른 속도로 변이할 수 있다. 변이가 지속 될 수록 점차 초기 모습을 잃고 나중에는 다른 바이러스라고 봐도 될 정도로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플라보시 바이러스의 뜻은 우리가 만든 합성어이다. 플라보시 효과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플라보시라는 가짜약처럼 작가의 작품 속 플라보시를 찾아보고, 작가가 느낀 플라보시 효과가 바이러스처럼 증대된 형상을 보며 두 작가의 플라보시 효과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김경원은 대상(동물)을 무수히 반복시켜 다른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지금의 대상을 중첩 시키는 작업방식을 갖게 되기 이전에는 특정 동물, 예를 들면 젖소를 단지 몇 마리 정도를 묘사하여 소파에 앉거나 대관람차를 타고 있는 등 즉 동물을 의인화하는 작업을 했다. 고유명사를 가진 동물 한 마리에서 출발했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정성들여 묘사하는 동안 어느새 그 동물들은 전체가 아닌 각각의 개체로서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들을 그려주는 동안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고 각자 다른 별명을 지어주듯이 나의 작품에서 소떼는 그냥 소가 아니라 각각 별명이 있었고 내 눈에만 보이는 각각의 특징도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문득 이들은 소, 닭, 개 라는 전체를 아울러부르는 이름은 있지만 사람처럼 사람이라는 보통명사를 갖고 있으면서 개인들이 갖는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안쓰러웠다. 그런 생각은 물론 인간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이지만 동물들을 통해서 느꼈던 그 안쓰러운 감정은 단지 동물들이 각자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 속에서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나 자신이 아직 저 무리 속 이름 없는 한 마리 동물 같다는 생각에서 온 서글픈 공감 같은 것이었다. 그런 감정은 나로하여금 우연히 젖소 떼를 그리게 하였고 나의 집요한 성격과 맞물리면서 무수히 많은 젖소를 중첩시켜 그리기 시작했다. 고된 노동의 과정은 몸을 혹사 시켰지만, 반대로 마음은 편안해지고 무엇인가 해소되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뭔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악쓰고 소리지른 후의 그 기분과 비슷했다. 김경원에게 있어서 플라보시 같은 효과는 반복된 노동 속에서 평온감을 찾았다.

이 동물의 특징적 요소 예를 들면 닭의 붉은 벼슬, 젖소의 검정 얼룩등을 반복시키면 점, 선, 면이 되어 별, 꽃, 하트, 산 등등 여러 가지 형상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바이러스처럼 연결되어 새로운 형상을 만들게 된다. 꽃 형상이 된 닭은 닭이라고 해야 할지, 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게 된다. 닭이 꽃이 되었구나라고 볼 수도 있고, 꽃이 닭으로 이루어져 있구나가 되기도 한다.

무리 중 경쟁에서 이긴 단 하나가 돋보이는 바깥세상보다는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이 캔버스 속 나만의 세상이 너무 흥미로웠다. 가끔은 그리는 대상에 동화되어 그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서 그리기도 했다. 나의 작품에서 전체를 모아서 어떤 형태를 만들지 결정짓는 것은 나의 감정에 따라 꽤나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 겹치고 겹치는 고된 작업은 이름 없는 동물을 통해 현실에 지친 나의 감정을 위로하는 과정을 지나 이제 나의 감정의 형태를 묘사하는 수단이 되었다. 삶의 순간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비교적 단순하게도 산으로 혹은 바다로 떠나고 싶을 때는 산과 바다를 그리고 이쁜 선물을 받고 싶을 때는 리본을 그리기도 했다. 나의 고된 노동이 중첩 시킨 효과로 묘사된 이러한 감정의 형태들은 어쩌면 보는 사람들의 이름이 서로 다른 것처럼 각각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이름 없는 동물들이 중첩되어 형태를 이루고 있는 나의 작품을 바라볼 때 치열한 경쟁 사회는 잠시 잊고 모두가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장세일은 도시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하게 변화하도록 진화 한 형태로 이루어진 상상의 동물 ’stand animal’ 시리즈를 통해 인간사회의 이야기를 공감해 보고자 하였다.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모습, 즉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외모, 성격 등을 추구한다. 그 선호하는 범위는 표준이 되고 그 표준의 범위 안에 들어야 무리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지난날 나 자신 역시 부단히도 남들처럼 되기 위해 애썼다. 또래 친구들 같은 옷, 머리 모양, 말투, 취미 등 무엇이 유행인지 열심히 찾아보며 살았다. 학교 성적도 어느 정도 나와야 안심이 되었고 컴퓨터게임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어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뭘 하든 내 위치는 중간 어딘가쯤에 있었다. 그러나 남들과 비슷해지려는 그것은 타 존재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능력과 힘을 갖지 못한 평범한 한 생명체인 나로서는 그저 삶의 굴레와도 같다. 내가 봐온 바로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타고난 특징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더라도 타인이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으로 혹은 더욱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에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숨막히게 경쟁하는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이겠지만 보편화된 관념과 취향에 맞춰진 표준화된 모습은 마치 그저 무리 속의 한 마리 동물이나 곤충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보고있자면 우습게도 자연선택설이 떠오른다. 현대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타고난 특성만이 계속 살아남아 모두 비슷한 모습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동물의 형태를 이용하여 표준화된 현대인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직접 인간의 형상을 표현하는 것 보다 귀여운 동물의 형태를 빌어 말하는 것이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를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도시환경에 살아가기 위해 진화된 나만의 상상의 동물 ‘standard animal’을 만들게 되었다. ‘standard animal’이란 도시 빌딩의 직선적인 인 환경에 맞게 진화된 각면으로 이루어진 동물이다. 무수한 삼각형과 사각형이 모여 동물의 형상을 이루게 되는데 단순한 직각 도형이 모여 하나의 동물 형태가 되는 쾌감은 사회 속 승리자 같은 느낌을 주었다.

두 작가는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이다. 수 많은 현대인들도 두 작가와 비슷 할 것이다. 김경원은 똑같은 모습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형상을 만들었다면, 장세일은 동물을 통해 도시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직각 도형을 통해 만들었다. 김경원이 반복의 노동을 통해 희열을 느꼈다면 장세일은 평면 각면 조각이 모여 입체 동물이 되는 쾌감을 느꼈다.

‘플라보시 바이러스’전를 바라보며, 작가들이 만든 플라보시를 찾아보고, 바이러스라는 기생하며 알 수 없이 퍼지는 형태를 가진 존재처럼, 작가들이 만든 픽셀 단위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만든 형상이 일으키는 플라보시 효과가 널리 퍼졌으면 한다.

(출처 = 충무로 갤러리)

전시장 정보

충무로갤러리

공간 운영
11:00 – 19:00
정기 휴관
일, 월, 국가공휴일
전시장 문의
02-2261-5055

전시별 관람 시간·장소는 상단 관람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