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갤러리 한옥
전시 기간 2023.02.04 – 2023.02.10
기획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한-숨, 꽃이 되다"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작가와 작품은 한 몸이다. 지금-여기의 언어가 숨이 되고 생명이 되어 하나의 유기체가 되는 과정, 그래서 작품 안에는 작가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권지은 작가는 한국 전통 채색화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미감’을 대상의 에너지 안에 담아 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직접 교유(交遊; 서로 사귀어 왕래함)한 대상을 담았을 때 진정성 있는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삶의 가장 어려운 시절, 위안과 희망을 함께 한 ‘자기 고백’같은 작품들이 탄생했다. 긴장과 안도의 ‘한-숨’은 작가에게 지독한 마음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살기 위한 숨고르기’의 과정이었다. 몸소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면서 삶과 자연을 일체화 시킨 경험들은 ‘붓질이 되고 그림을 사생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었다. 작가에겐 근심과 휴식의 ‘한-숨’이지만, 보는 이들에겐 권지은의 확장된 세계를 만날 좋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 전시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는 적어도 3년 이상 나의 한숨에 반응해주었던 것들이다. 관념적인 형태가 아닌 실제 만지고 가꾸고 기른 생명체들이며 나에게 지속적인 위안이 되는 것들이다.” - 권지은 작가노트 中에서
작가의 고백처럼, 가꾸고 어루만진 대상들이 작품이 된 까닭은 전통 모란도의 화려함 안에선 살아있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되 자연을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 작은 정원이 그림이 될 때 그 안에서 쉬는 한숨들은 상처를 정화(淨化)시킨 동력이 되었다. 관념적 꽃이 아닌, 자연이 곧 내가 되는 ‘체화채색(體花彩色)’ 방식을 창출한 것이다. 작가는 체화채색의 방식을 ‘한국적 미감’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루어냈다. 한국 토종화이면서도 전통회화의 소재로 쓰인 꽃들에 한정한 것이다. 3년이란 시간동안 꽃이 익숙하게 자리 잡도록 작가 자신도 ‘터’를 비우지 않고 지켜낸 열정을 보였다. 작품 안에 간간히 등장하는 새끼 고양이 그림들은 그렇게 찾아온 길고양이들을 ‘꽃과 함께’ 돌본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움직이는 생명체와 정주하는 생명체 사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율배반의 미묘한 매력이 이번 전시를 보는 색다른 묘미이다.
작가의 근간은 불화(佛畫)에 있다. 작가는 학화(學畵)의 과정인 임(臨), 화의(畵意)를 응용한 방(倣),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불어넣는 창(創)을 종합하여 또 다른 ‘현현(玄玄; 깊고 오묘한)의 미감’을 자신에게 부여했다. 현대적인 작품 속에서도 ‘삶의 깨달음’이 녹아든 까닭은 수행하듯 그려나간 작품의 과정들이 육체적 수행 속에서 체화됐기 때문이다. 작품 안에는 끝없는 평온과 깊은 자유가 담겨 있다. 불화에 담긴 물(物)과 신(神)의 조화가 생활미감과 더해져 경계 없는 감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렇듯 ‘한-숨’을 꽃으로 비유한 이번 전시는 존재와 대상을 켜켜이 쌓여있는 작가의 경험과 연계해 보여준다. 그림 속 대상은 인간이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꽃의 ‘형태(shape)’를 띄지만, 보이지 않는 깨달음을 연결한 ‘상상의 종합화’라고 할 수 있다. ‘직접 기르고 어루만진 대상들의 사생’은 ‘수행의 과정’인 동시에 불화의 메커니즘을 가로지른 현대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출처 = 갤러리 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