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월하미술
전시 기간 2023.03.03 – 2023.03.25
기획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길을 나서야 그려진다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스케치를 하기 위해 나선 길이 많습니다.
처음 가는 길은 그릴 것을 찾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주 가던 길은 마음에 담아둔 것을 살피느라 걸음이 느려집니다.
많이 보아야 그릴 것이 생겨납니다.
오래전부터 밭을 찾아 다녔습니다. 집 옆에 있는 작은 텃밭이 그중 좋았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밭이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은 계절마다 구성지고 알찹니다. 봄 밭에는 상추와 고추가 있고
여름 밭에는 옥수수며 호박, 오이가 있고 가을 밭에는 배추와 무가 있고 겨울 밭에는 시금치와 마늘이 있습니다.
얼마전부터는 나무가 심어진 밭도 구경하러 다닙니다. 식물이 심어진 땅은 나에게 전부 밭처럼 느껴집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추나무 묘목이 심어진 밭이 있습니다. 한 해 두 해를 넘기며 조금씩 커가는 그 모습이
꼭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사람과 닮아 있습니다.
나무들 곁으로 한참을 걷다 보면 그 나무들이 길처럼 생각됩니다. 하나도 같은 길이 없습니다. 굵고 거친 길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게 휘어진 길도 있습니다. 그 길에는 작은 집도 있고 걸어가는 사람도 있고 가끔은 뛰어가는 개도 보입니다.
이파리가 돋아나고 바람에 술렁이기도 하고 물살에 섞여 흐르기도 하며 나무가 길이 됩니다.
나무길을 많이 걷고 싶습니다. 가다가 시원한 그늘에서 종이를 펼치고 나무가 낸 길을 그릴 것입니다.
길을 나서야 그려집니다.
- 작가 산문집 중에서 –
(출처 = 월하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