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갤러리이든
전시 기간 2023.12.16 – 2023.12.30
기획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Stardust Memories]
갤러리이든 최서윤 큐레이터
갤러리이든은 2023년 12월 16일부터 12월 30일까지 곽수영 작가의 개인전 《Stardust Memories》를 개최한다. 곽수영은 기억을 기반으로 하여 허구와 비허구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최근 2년 간 제작된 신작을 위주로 다루어 곽수영 작가의 작품 동향을 살펴봄과 동시에 다음의 궤도를 가늠해 본다.
회화가 재현의 문제를 수반한다면 곽수영 작가는 이미지를 조직하는 방식을 고찰함으로써 화가라는 자의식을 탐구한다. 그는 ‘기억’과 ‘분위기’를 그려낸다. 자신의 작업방식을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과정에 비유하는 그의 그림은 외부 세계의 자극이 이미지로 환유된 결과이다. 작가가 그리는 대상들은 목격한 것, 대중매체, 집단기억, 과거의 열망 등 다양한 곳에서 참조된 것들이지만 그것의 선별과 조합은 무의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다. 종이 접듯 말끔히 지면과 포개어지는 성벽, 다세대 주택과 다세대 개미굴, 친절했던 이웃이 사실 입간판이었던, 괴상야릇한 세계. 그러나 그림속의 꽤나 도시적인 이 풍경은 매우 익숙하다.
나아가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판토피아(Pantopia)라 소개한다. ‘전체’를 뜻하는 접두어 ‘pan-‘과 ‘영토’를 뜻하는 접미어 ‘-topia’의 합성어인 판토피아는 그리는 이와 보는 이의 지각 방식이 전제가 된 말인데, 일례로 그림은 하나의 디오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림에서 대상이 멀고 가까운 것은 느낄 수 있지만 모든 상이 또렷하여 전 개체가 자기 존재를 강변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림은 시각적이기보다 촉각적이다. 출처는 가늠할 수 있지만 내러티브를 추측하기 어려운 이 픽션은 우화가 되지 못하고 어느 정경으로 남는다. 결국 이는 동시대에 대한, 혹은 작가 자신에 대한 환유일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 'Stardust Memories'는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회화적 세계관을 설명한다. 별도 인간처럼 태어나고 죽는다. 원시별은 우주 내부의 가스와 먼지가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 탄생하는데 질량이 큰 별은 후에 폭발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소멸한다. 폭발 때문에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열과 압력은 수많은 원소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뿔뿔이 흩어져 다시 우주의 먼지가 된다. 지구 또한 이 우주 먼지로 만들어지면서 인간의 몸을 이루는 원소는 별의 탄생과 죽음에서 비롯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곧 우리는 별의 아이들인 것이다. 곽수영의 세계에선 기억이라는 삶의 편린들이 응집하여 반짝이는 그림이, 또 다른 삶이 탄생한다.
-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박상은 평론가
“공간과 시간, 공간들과 시간들 속에서의 방황. 상황의 우여곡절 속에서 이것들의 유일한 끈은 운명이라 불리는 그 끈, 마법이란 이름의 그 고리, 마술적인 접속이다. … 순결한 시간에 대한 최초의 점유. 자신들의 운명밖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역사적 방황. 마법은 역사의 시간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의 접합이다.”[1]
미셸 세르는 ‘헤르메스’에서 권력은 대지를 측정하여 공간에 기하학적 질서와 규범을 부여하므로 한 사회의 규범은 측정 단위에서 나온다는 점을 지적한다. 측정법에 들어맞지 않는 위치나 상황의 등장은 일탈 혹은 질서와 권력에 반하는 사건이 되는 셈이다. 사회가 규정한 질서와 계량에 들어맞지 않는 모호한 공간에 이른 자는 세르의 말대로 진로, 거리, 위치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모호한 공간을 세르는 마법사의 공간, 아직 측량되지 않아 권력이 닿지 않았고 역사에 기입되지 않은 원초적인 공간으로 상정한다. 이런 공간은 현실에서 마주하는 시공간이 작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서로 충돌하거나 운명처럼 발생할 수 있다.
곽수영은 언젠가 영화 속 엑스트라들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전쟁 영화의 한 장면, 쓰러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저들 각각이 가진 드러나지 않은 삶과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의미한 그런 이야기가 영화가 설정한 세계 속에서 전쟁 이전의 삶을 영위해 왔던 소시민 누군가의 것일지, 혹은 예컨대 촬영 이후 세트장을 걸어나와 분장을 지우며 휴식을 위해 커피를 들이키는 인물이 펼치는 이야기일지 그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기에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몇 가지 대화를 통해 유추해 본 바 그의 시선은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보다는 사소하거나 일상적이라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 가장자리나 잔여물로 남는 부분들에 가 닿는 것 같다.
예컨대 그림의 부분으로 나타나는 요소를 보더라도 뮤직비디오 무대를 만든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임시의 가벽들, 판넬들, 가로수, 교각과 광고판처럼 스쳐간 도시 풍경의 일부, 인스타그램 (영화) 속 장면들이 나타난다. 그가 경험한 부분적 기억 혹은 사물들은 그림 속 매우 구체적인 부분들로 첩첩이 배치된다. 그리고 배치된 부분들은 다른 크기와 약간 다른 모습으로 변주되어 또다른 그림에 등장하기도 한다.
곽수영의 그림을 작업노트를 참조해 요약하자면 현실에서 감각한 경험들의 축적, 즉 기억에서 길어 올린 이미지다. 기억은 작가가 현실의 규범과 질서에 속한 사물을 바라보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에서 근원한다. 작가의 시선을 경유해 저장된 기억들은 그림으로 선별되어 재배치될 때 작가에게 즐거운 놀이가 된다. 기억은 현실의 선형적 시간성을 벗어난, 그러니까 어느 특정한 좌표로 지정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에 위치하므로 세르가 말한 측량되기 어려운 공간과 닮았으며, 현실의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배치와 접합을 시도하고, 그것을 통한 우연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과도 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이번 전시에 이르러 기억의 거듭된 순환 과정을 겪은 그림들은 ‘분위기’의 개념을 넘어선다. 게르노트 뵈메의 ‘분위기’ 개념은 수년 전 곽수영의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빌어온 것인데, 요약하자면 그것은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넘어 주체와 객체가 맺는 관계 그 자체, 둘 사이에 벌어지는 현상의 총체다. 주체와 객체를 둘러싼 사건이 기억으로 형성되는 과정이 있고, 기억 속 이미지는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다시 그림의 일부로 소환되는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새로운 기억이 무수히 수집되고, 기억이 기억의 각색과 그림으로의 소환을 통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변이하는 피드백 과정이 무수히 거듭된다면, 분위기라는 개념으로 사물간 상호작용과 관계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상호작용의 승수효과나 피드백 효과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림의 근원인 기억으로 돌아가보자. 사람의 기억은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저장소와 달리 어떤 정확한 시점에 저장한 고해상도 기록을 그대로 불러올 수 없다. 기억은 구름과 비슷하다. 구름은 바람과 증기, 먼지, 그리고 열에 의해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며 존재한다. 기억 혹은 구름을 이루는 전체는 셀 수 없이 많은 부분들로 이뤄지며, 이 부분들이 이합집산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 맺음을 통해 일부 지각할 수 있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경험-기억-그림이라는 과정을 통해 저장되고 출력되면서 순환하는 이미지의 피드백 과정은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복잡한 연산으로 이루어진 관계항이 된다. 새로운 접합과 배치를 거듭하며 변모하는 기억의 형태는 슈퍼 컴퓨터로도 예측하기 힘든 구름의 형태처럼 예측불가의 영역에 다다른다.
이러한 기억들의 관계성, 새로운 기억들의 등장, 그것들의 상호작용 등 기억으로 전개하는 시공간의 무한함과 복잡성을 인식한 결과인지 최근의 작품들은 전체를 상징하는 배경의 이미지가 자주 나타난다. 이는 분명히 기억의 순환 과정에서 파생했으나 예측불가의 형태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을 연결하는 장치로 여겨진다. 그림 속 꽤 큰 면적의 면이나 창의 형태로 나타나는 작품 속 구름, 하늘, 별, 물결, 점 등이 그것이다. 무한을 함의하는 이러한 배경의 등장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진 다양한 사물(혹은 부분적인 기억의 이미지)의 배치를 감상하다가 다른 그림의 배치를, 즉 다른 캔버스가 보여주는 시공간의 세계로 이동할 때에 두 캔버스를 잇는 워프[2] 통로가 된다. 왜냐하면 변화무쌍한 구름, 아직 별자리로 이어지지 않은 숱한 별들, 분분하게 산포한 눈송이들과 점들은 여러 시간들과 공간들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방대한 기억의 세계를 가늠하게 하는 열린 공간에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작품 <밤 끝으로의 여행>에는 배낭을 매고 어느 먼 너머를 바라보는 여자가 나온다. 그림 상단에 산의 형상으로 구획된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올라야 할 산꼭대기나 정상이라는 목표는 밤하늘로의 이미지로 이어지며 끝을 알 수 없게 아득히 멀어진다. 여자는 여행의 끝이 무한하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보다는 아마도 가능한 세계로의 여행을 계속 이어갈 갈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그릴 미래의 그림에서 여자는 약간 모습을 바꾸어 또다시 등장할 것이다. 빽빽한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한 곽수영의 이전 그림에서 배낭을 매고 먼 곳을 응시하는 남자를 나는 이미 마주친 적이 있다.
-
[1] 미셸 세르, 이규원 역, 『헤르메스』, 민음사, 2009, p.379-380
[2] ‘warp’. 단어 자체는 공간 따위를 ‘휘다, 비틀다, 왜곡하다’라는 의미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출처 = 갤러리이든)
곽수영 · Kwak Soo-young · (이미지 출처 = 갤러리이든) · (Image Source = galleryeden)
곽수영 · Kwak Soo-young · (이미지 출처 = 갤러리이든) · (Image Source = galleryeden)
곽수영 · Kwak Soo-young · (이미지 출처 = 갤러리이든) · (Image Source = galleryeden)
곽수영 · Kwak Soo-young · (이미지 출처 = 갤러리이든) · (Image Source = galleryeden)
전시별 관람 시간·장소는 상단 관람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