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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스페이스 엄

장양희《새김 : 흔적》

종료

전시 기간 2024.01.16 – 2024.01.22

기획전
장양희《새김 : 흔적》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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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간
11:00 - 18:00
휴관일
일, 월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39 (방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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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작가노트_장양희

하나의 소재나 주제에 대한 관심사를 표현하다 보면 그 작업의 결과물들이 축적되어 작가의 의도가 하나로 수렴되고, 오랜 기간의 경험과 주제에 대한 관점이 쌓여 작업은 작가가 의도하는 것 이상의 발언을 하기도 한다. 본인이 작업을 하는 태도는 그러한 경우로, 그간의 개인전 명제 <풍경화(化)된 신체>, <SHADOWY FIGURES>, <‘ ’BEING>, <UNCERTAIN BEING>, <그림자_REVEALING>, <군중 속으로> 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본인은 인간의 형상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존재에 대하여 연구하는 작업을 심화시켜 왔다. 최근에는 ‘새김’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타자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존재인 인간을 그려내 공허, 고독의 정서를 나타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의 작업은 인간이 실존 상황에서 갖게 되는 근원적인 정서를 인간의 형상을 통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본인이 말하는 근원적 정서의 개념은 일반적인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어떤 분위기, 또는 내적 현상으로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의 실존 상황, 즉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본유적인 욕망을 갖게 되지만 그 욕망들은 충분히 만족되지 않으며, 인간 실존은 항상 결핍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공허, 고독함 등의 정서가 발생한다. 이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현상이며 따라서 이러한 정서들은 인간 존재에 있어 본질을 이루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특정인이 아닌 인간 누구나 갖는 정서이므로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인간 전체를 대표하는 보편적 인물상을 통하여 표현한다. 이를 위해 인물의 형상을 해체하거나 흐릿하고 모호하게 만든 결과 인물들은 비물질적이고 비실체적인 것으로 표현된다. 실체가 없는 듯한 속이 텅 빈 모습의 인물에서 실존의 불안과 공허함, 무상함이 느껴지며, 또한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고립된 존재로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고독의 정서가 드러난다.

본인 작업의 중요한 지점은 객관적 태도로 불안, 공허, 고독 등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점이다. 본인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이 정서들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따라서 그 정서를 거리를 두고 표현한다. 거리두기의 태도로 인해 본인 작업에서 정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거나 분출되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절제되고 고요하게 표현된다. 불안, 공허, 고독 등의 정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것으로 현대인들의 삶에 있어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이 정서들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본인의 작업은 이 정서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이를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최근 작업에서 주요하게 보이는 조형적 특징은 중첩과 중층구조, 흔적의 가시화이다. 이는 인간은 타자와 상호관계를 통해 존재하며, 따라서 타자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본인의 관점을 드러내 주는 특징들이다. 인간은 고정된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로 채워지고 또는 의미가 상실되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주체가 형성되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타자라는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며, 이때 한 개인과 타자의 관계에는 또 다른 타자의 존재가 잠재되어 있다. 즉 인간은 타자들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본인 작업에서 나타나는 흔적들의 겹은 이러한 상호관계의 흔적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흔적으로 인물 형상을 표현하는 본인 작업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양피지인 팔림스세스트(Palimpsest)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팔림프세스트는 기존의 텍스트를 긁어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글을 쓴 양피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두 개 이상의 텍스트들이 현존도 부재도 아닌 흔적의 상태로 공존한다. 본인 작업에서 소멸하는 듯한, 흔적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상들은 단일한 현재의 순간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팔림프세스트처럼 현존하는 시간과 타인의 시간이 서로 교차함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인물들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성도 포함하게 되면서 결국 시대 초월의 인간을 표상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명제 <EngraBeing>은 인간 형상을 새기면서(Engraving) 인간이라는 존재(Being)를 흔적처럼 표현하는 본인 작업의 내용과 형식을 함축하고 있다. 인물 형상을 아크릴판에 레이저로 반복적으로 중첩하여 새기거나 또는 종이를 태워 새김으로써 인물들은 소멸되는 듯한 흔적처럼 보이게 된다. 새김과 지움의 행위가 중첩되면서 흔적들의 겹으로 이루어진 인물들은 현존과 부재 사이의 비결정적인 인간의 존재를 상징하며 이는 공허와 고독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본인은 이러한 방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필연적 현상으로서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으로써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정서들이 인간 정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근원적이고도, 인간 누구나 가지는 내적 현상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출처 = 스페이스 엄)

전시장 정보

스페이스 엄

공간 운영
11:00 – 18:00
정기 휴관
일요일, 공휴일
전시장 문의
02-54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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