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예화랑
전시 기간 2024.05.02 – 2024.06.08
기획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30 Years: Passages
김재도 (미술비평)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자르디니(Giardini)에 독립 국가관으로는 마지막을 기록하는 건물이 들어섰다. Pavilion Corea,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다. 한국이 1986년 제42회 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이뤄낸 쾌거였다. 1995년은 베니스 비엔날레로서는 물론 한국 미술계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가 100주년을 맞아, 그간 관료주의, 서양 중심주의, 폐쇄주의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쇄신을 꾀하였다. 최초로 외국인 큐레이터, 당시 파리 피카소 미술관 관장이었던 프랑스인 장 클레어(Jean Clair)를 예술 감독으로 발탁했으며, 아시아 국가 대한민국의 독립 국가관을 건립하는 등 글로벌 미술계로의 진취적인 확장을 도모했다. 때마침 세계화의 기조 아래 정치, 경제 분야는 물론 문화계에서 여러 기획과 행사들이 이어지던 한국으로서는 베니스 비엔날레 독립 국가관의 건립으로 한국미술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해외 통로를 광주 비엔날레의 발족으로 해외 미술의 국내 통로 확보라는 의미 있는 성취의 해였다.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첫 한국관 전시는 곽훈(1941~), 김인겸(1945~2018), 윤형근(1928~2007), 전수천(1947~2018)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30년이라는 시간적, 비평적 거리가 확보된 현재, 유럽, 미 대륙 위주의 행사였던 베니스 비엔날레의 확장적 제스처와 글로벌 미술계와 소통 열망이 만나 일으켰던 열기, 보편적 예술과의 융합 및 아시아, 한국 미술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던 작가들의 당시 모습과 이후 30년 여정을 살펴보는 작업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을 띠는 《30 Years: Passges》전은 1995년 첫 한국관 대표 작가로 활약했던 곽훈, 김인겸의 작업과 한국관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백남준의 작업을 통해 지난 3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열어 보이고자 한다. 30년이라는 지난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의 흐름으로서의 'Passage', 과거와 현재, 한국과 세계, 로컬과 글로벌, 개별 작가들의 작업들을 잇는 통로로서의 'Passage'가 3개 층의 전시공간을 통해 연결되고 때론 분절되며 이어진다.
Passage 1
독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백남준(1932-2006)은 1980년대부터 한국과 해외 미술을 이어주는 핵심적 인물이었다. 1984년 첫 시연된 서울, 뉴욕, 파리, 도쿄를 연결하는 초국가적 위성 프로젝트 <굿 모닝 미스터 오웰 Good Morning Mr. Orwell> 등 그의 작업의 핵심은 국가, 민족, 문화 등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경계선들을 넘어서는 “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를 통해 예술을 통한 대통합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참가하여 <백남준: 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1993)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중 매체였던 텔레비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영상과 메시지를 독점적으로 전달하는 텔레비전을 능동적, 적극적 매체로 전환시켜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등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기존의 예술 어법을 전복시키고자 했던 백남준의 활동은 고국 한국 작가들에게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과 개념이 초국가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슈퍼하이웨이”가 되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을 기억하고 그의 작업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통로로서의 텍스트, 드로잉 아카이브 및 전시 브로슈어, 사진, 판화의 형태로 남은 자료들을 대거 선보인다. 이 중에는 경향신문 축쇄판 위에 인쇄한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 EXPosition of Music-ELectroinc televison>> (파르나스 갤러리 Galerie Parnass, 1963)의 전단지도 포함된다. 이는 예술과 정보를 하나로 생각한 그의 예술철학과 언론으로서 미디어를 중요하게 여겼던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 아카이브는 백남준의 사유와 예술 행위로서의 실천을 엿볼 수 있는 원천 자료로 기능한다. 특히 다양한 유형의 드로잉과 텍스트 같은 아날로그 자료들은 “비디오 아트 선구자”, “전위 음악가” “행위 예술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현란한 테크놀로지에 의한 전자 이미지 향연이 먼저 떠오르는 백남준이 살았던 시간과 예술의 장을 현재 시간 속으로 불러올 수 있는 매개가 되어 줄 것이다.
Passage 2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해 온 곽훈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첫 전시에서 야외 공간을 활용한 설치 퍼포먼스 <겁/소리,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Kalpa/Sound, What Marco Polo Left Behind>(1995)을 선보였다. 한국 가마에서 구운 옹기들을 길게 줄지어 버팀목에 매달아 마치 거대한 관악기 같은 모습으로 설치하고, 옹기들 옆에 일렬로 앉아 대나무 통으로 서로를 연결한 20명의 비구니들과 김영동의 대금연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작업이다. 옹기 오브제, 대금 소리, 비구니들의 신체가 서로를 잇는 길이 되어 작품이 설치된 대지를 넘어 하늘, 우주와 관람자의 정신 속으로까지 울려 퍼진다. ‘겁’으로 번역되는 ‘Kalpa’는 시간의 단위로는 가장 길고 영원하며, 측정할 수 없는 시간의 한계를 지칭하는 데, 여기서 시간은 선적인 흐름보다는 영원성, 영적인 성격이 부각된다. 반면 소리는 현장성이 강한 신체적 감각으로 특정한 매체에 저장되지 않는 한 해당 소리가 발생하는 그 시간, 그곳에 있어야만 감각될 수 있다. 이렇게 겁과 소리라는 대비되는 감각을 이어주는 옹기들은 셀 수도 느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겁의 시간과 현장에서 울리는 소리의 한끝을 지면에 붙들어 놓는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늘과 땅, 세상과 인간, 지구와 우주, 생과 사, 육신과 영을 잇는다.
이렇게 선적인 시간과 물리적 한계를 넘어 영성을 향한 여정은 <찻잔 Tea Bowl>, <주문 Incantations>, <겁 Kalpa>, <기 Chi> 시리즈들에 이은 근작 <할라잇 Halaayt> - 할라잇은 ‘신의 강림’이라는 의미이다 - 시리즈로 통한다. 이들 시리즈는 설치, 퍼포먼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회화 및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장된 예술가의 정체성 및 작품의 물질적 실체를 넘어서는 초월적 양상을 보여준다. 한국관에서 보여줬던 설치 퍼포먼스 작업 <겁/소리>는 흡사 옹기의 둥그스름한 모양과 버팀목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형상이 표현된 회화로도 구현되어 동일한 개념을 다양한 형식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하는 실험성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소재를 놓고 상이한 매체를 사용하는 양상은 <찻잔>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는데, 페인팅, 드로잉 연작, 드로잉 연작으로 구성한 대형 설치, 자기로 구워낸 찻잔 오브제와 같은 식이다. 찻잔 속 몇 모금의 차를 마시는 행위는 기의 세계로 인도되며, 고래 사냥을 하던 고대인들이 마주하게 된 ‘신의 강림’은 생활인의 사냥을 숭고과 숭엄의 세계로 인도한다. 본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다양한 시리즈들에 해당하는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작가가 걸어온, 걸어갈 영적 통로를 마주하게 한다. 연초 발간된 시집 제목처럼 “원시인의 아들”인 작가가 발로는 땅을 딛고 머리는 공중에 띄우고 팔은 땅과 하늘 사이에 자유롭게 뻗어 만세를 부르며” 붓을 휘두른 스트로크로 열어 놓은 통로 말이다.
Passage 3
김인겸의 작업은 ‘공간’, ‘사유’ ‘정신성’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묵시공간 Revelational Space>에 이어 <빈 공간 Emptiness>, <프로젝트 Project>, <스페이스리스 Space-Less> 시리즈 모두 ‘공간’과 ‘사유’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드러낸다. 이들 시리즈 중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였던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Project 21-Natural Net>(1995)는 한국관 원형 전시장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이다. 이는 1992년 미술회관 전시장 (현 아르코 미술관) 전체를 녹슨 철판 구조물로 채워 사고(thought)의 장으로 만들었던 설치작업 <프로젝트-사고의 벽 Project-The Walls of Thought>과 개념적으로 연결된다. 한국관 원형 전시장은 중앙부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어지며 둥글게 유리로 둘러싸인 외벽으로 인해 사방이 자연광에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화이트큐브 전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으로 작가에게 상당한 도전을 요한다. 작가는 기존에 사용하던 브론즈, 돌, 나무 등의 재료에서 벗어나 자연광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아크릴 판재, 물을 도입함으로써 전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반투명한 청보라 빛 아크릴 판재로 중앙 계단을 다각형 형태로 겹겹이 둘러싸고 그 중간중간에 물을 채워 에어펌프를 설치한 투명 아크릴 구조물을 배치하여 물방울의 움직임과 소리가 형성되게 구성한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는 베니스 자르디니의 날씨 및 빛의 변화에 미묘한 차이로 반짝인다. 중앙 계단을 따라 올라간 관람객은 1층 CCTV로 촬영된 자신의 모습을 2층에 층층이 쌓인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만나게 된다. 인공적 구조물, 자연의 물, 영상과 소리, 하이테크 기기의 만남과 관객과의 교통을 통해 “동질성과 이질성”이라는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와 공명한다.
아크릴 판의 반투명한 면의 중첩이 이뤄내는 공간감 및 미감은 이후 입체와 평면을 오가며 둘의 구분을 무색하게 하는 <스페이스리스> 조각과 페인팅 작업을 예견한다. 1996년 파리 퐁피두 센터의 초대로 도불한 작가는 종이를 주요 매체로 사용하게 된다. 비교적 다루기 용이한 종이의 가소성은 다양한 조형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이 가운데 스퀴즈, 스펀지와 먹, 잉크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이 나오게 된다. 통상 사용되는 붓이 아닌 스퀴즈를 이용한 데는 넓은 스퀴즈 면들의 중첩이 형성하는 특유의 형태와 공간감을 통해 작가의 기존 관심사를 확장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퀴즈 페인팅 작업은 도불 이전과 이후의 작업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며, 평면을 통한 입체의 구현과 해석은 후기 시리즈 <스페이스리스> 조각을 이미지-스컬프처 (Image-Sculpture)라 칭하게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드로잉 및 종이 작업에 대해 “Dessin de Sculpture” (데생 드 스컬프쳐)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동격의 의미를 갖는 프랑스어 ‘de’에 따라 “Dessin de Sculpture”의 의미는 “조각인 데생(그림)”이자 “데생(그림)인 조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때부터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과 조각 행위는 동격이 된다. 본 전시에서는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당시 촬영한 영상, 1996년 도불 직후부터 제작한 “데생 드 스컬프쳐” 시리즈, 면을 통해 입체를 구현한 조각 등이 전시되어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이어지는 작품의 핵심 키워드들을 관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예화랑)
전시전경 · Exhibition view · (이미지 출처 = 예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