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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個人戰 홍민희 개인전
2026.4.24 - 2026.5.10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25길 131/2층
About
"개인전 個人戰
홍민희 개인전
개인전 個人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실없는 농담과 말장난을 즐긴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엉뚱한 소리를 덧붙이고,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끝내 웃어넘겨 버린다. 대수롭지 않은 척 말하지만,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대수롭지 않은 것들에 오래 마음을 두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 역시 그런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싱겁게 느껴질 법한 풍경과 만화식 드로잉들 사이에는 건조한 유머가 화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만화처럼 컷이 나뉜 장면들은 대화로 이어지는 듯하다가도,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을 불쑥 내뱉는다. 앞서 보았던 장면은 도돌이표처럼 조금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관객은 단서를 찾듯 자연스럽게 이전 장면을 되짚어 보게 된다.
《개인전 個人戰》은 홍민희가 10년간 수행해 온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전시로, ‘한 사람의 전시’라는 뜻의 개인전(個人展)에 한자를 달리 붙여 ‘개인의 싸움(個人戰)’이라는 의미를 함께 품는다. 전시는 아티스트북 원화를 중심으로, 혼자서 이어온 그리기의 물성과 반복의 시간, 그리고 끊임없이 현실로 되돌아오는 과거의 흔적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소년기의 기억 속 한국 사회의 상흔을 다룬 『수류탕』 (2017)을 비롯해 노동과 생존의 감각을 다룬 『출사표』(2020), 삶의 지속과 중단 사이의 경계를 다룬 『월요일』(2025)의 원화를 함께 선보인다. 서로 분리된 이야기처럼 보이는 세 작업은 각각 일하고, 견디고, 무너지거나 다시 극복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흐름 속에서 하나의 서사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세계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이 점차 드러난다.
그에게 ‘책’이라는 형식은 작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감각적 기반이다. 각 이미지는 독립된 장면으로 존재하면서도, 페이지의 배열 속에서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책이라는 매체는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단서이자 경험을 축적하는 장치이기에, 그의 이미지들은 창작자의 기억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새롭게 읽힌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책의 구조를 다시 전시장으로 확장한다. 책으로 완결된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배열함으로써, 시리즈별로 구분되어 있던 장면들을 새로운 관계 속에 놓는다. 페이지의 흐름은 공간의 동선으로 치환되고, 관람자는 책을 읽듯 장면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화면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호와 이미지들이 있다. 원형과 점, 표시와 같은 단순한 기호들은 닿을 수 없는 대상이나 공백, 비어 있는 상태를 암시하고, 해와 달, 새 떼, 버섯구름, 일장기 같은 이미지들은 생성과 파괴, 삶과 소멸이 뒤섞인 세계를 드러낸다. 강물과 폭포, 절벽 같은 풍경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장면이면서 동시에 감정을 가라앉히고 사유를 유도하는 심리적 풍경으로 기능한다. 종이를 태워내듯 이미지를 드러내는 방식은 흑백 사진의 현상이나 목판화를 연상시키며, 축적된 시간과 노동의 흔적을 화면 위에 남긴다.
한편, 건조한 농담과 인터넷 밈, 언어유희 같은 유머 코드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래픽 노블이나 영화 스토리보드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 과장되거나 단순화된 표현, 익숙한 시각적 클리셰의 차용은 관객이 보다 쉽게 화면에 진입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러한 유머는 단순한 장식이라기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과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견디고 마주하기 위한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가벼운 형식이 때로는 여운이 오래가는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
전시는 책을 다시 공간으로 펼쳐내는 동시에, 그 뒤에 남은 이야기들을 다시 책으로 모아낸다. 기획자의 질문과 작가의 답변을 담은 소책자는 전시에서 미처 다 담지 못한 장면과 생각을 다른 결로 이어 붙이는 또 하나의 장이다.
그 남자는 여전히 농담을 건네듯 그림을 그린다.
가볍게 던져진 말들 사이로, 오래 붙들어온 시간과 감정이 스며 있다.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넘겨버리고, 다시 붙잡고, 또 이어가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간다. 이는 그가 세계와 마주하며 이어온 감각,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선택해 온 태도일 것이다.
· 참여 작가: 홍민희
· 디자인·설치: 홍앤장 예술사무소
·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
· 후원: 주식회사 박미남
*출처: 컷더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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