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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OUDO

‘그곳’에 대한 기억

종료

전시 기간 2019.08.28 – 2019.09.24

회화
참여 작가 이예지
‘그곳’에 대한 기억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관람 시간
11:00 - 22:00 추석 연휴 12,13,14일 휴무
휴관일
무휴
관람료
부분 유료 : 음료 한 잔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16-4
지도 보기
길찾기 (새 창)

전시 소개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그림은 문자로 기술 될 수 없는 내용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수단이다. 문자가 머문 자리, 그친 자리에 홀연 무지개처럼 펼쳐지는 것이 그림일 것이다. 매혹적이고 아름답지만 실체가 없이, 어느 순간 펼쳐졌다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것! 그림 역시 마치 모종의 계시마냥 스스로 나타난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가시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꿈이나 상상의 세계를 특정 이미지를 빌어 연출하고 있는 이예지 작가의 그림들은 몇 가지 도상들, 그러니까 특정 형상들이 단어처럼 등장해 작가의 숨은 의도나 온전하고 낱낱이 해독되기 어려운 다소 난해한 문장과도 같은 것들을 기술한다. 그것은 그려진 문장, 서사를 동반하는 그림인 동시에 문자가 지시하는 특정 의미체계에 갇힌 것들을 풀어내면서 자유로운 연상과 몽상의 출현을 기꺼이 허용하는 텍스트로서의 화면이기도 하다.

이예지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그려/써낸다.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비현실감이 감도는 환상적인 색채(그림의 내부에서 빛을 발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색채와 작가가 임의적으로 설정해 찰한 색채)와 부드럽고 촘촘하게 다듬어나간 표면의 질감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대부분 보슬보슬하게 일어난 털 질감으로 표면, 피부를 조밀하게 감싸 만들어버려 일어나는 감각의 전이현상, 이른바 모든 사물들을 촉각적이고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표피층으로 돌변시켜 버린 초현실적인 상상력이 그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화면 상단에 자리한 거대하고 둥근 달의 한 부위가 어둠 속에 부분적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환각적인 색채를 거느린 대상들이 흩어져 있는 풍경은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있고 다양한 존재들이 자연계의 순환하는 질서 속에 조화롭게 공존하며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장면을 상기시켜 주는 편이다. 이런 유형의 그림에서 요구되는 것은 즐겨 그리는 형상에 대한 자기만의 특별한 도상화, 그리고 화면 연출에서의 신선한 구성, 상식적일 수 있는 꿈의 장면이나 서사에서의 탈피일 것이다. 더구나 그림이기에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조형적인 힘과 회화로서의 맛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나로서는 작가의 근작 중에서 <In the forest>란 그림이 회화적인 맛이 충만해서 가장 좋았다. 어두컴컴하고 깊은 산 속에 부드러운 모피의 질감을 두른 흰색 하트 형상이 다소 처연하게, 몸 바깥으로 빠져 나온 심장처럼 외롭게 누워있는 장면이다.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기도 하는 그림이다.

작가는 말하기를 자신의 그림들은 모두 “꿈속에서 보고 경험했던 ‘그곳’에 대한 나의 기억과 생각을 그대로 옮긴 그림”이라고 한다. 미술은 주어진 세계, 가시적 대상을 보고 그리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기억을 다시 복기하고 환생시키는 일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 간직된 무수한 이미지들, 망막이 경험한 대상들은 우리 뇌의 어딘가에 깊숙이 저장되어 있다가 불현 듯 출현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것들과 연쇄적인 접속을 일으키면서 증폭되거나 또 다른 변형을 일으키며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상당수 작가들이 꿈에서 본 장면을 그림으로, 다시 보이는 대상으로 물질화시키고자 한다. 일찍이 초현실주의자들의 그림은 눈으로 보는 가시적 세계보다는 무의식이나 꿈에서 본 세계가 진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 이들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성이나 망막을 절대시한 문명에 반해 반망막적인 것, 현실계보다는 꿈과 몽상, 환상의 세계를 보다 중시하는 태도일 것이다.

이예지가 보여주는 그림 역시 작가가 상상해 낸 장면이고 풍경화다. 화면 중심부에 주로 위치한 커다란 선인장(하늘을 향해 솟구친 부드럽고 둥근 형태의 줄기들은 흡사 천상을 향한 절실한 기원의 손가락들과도 같다. 혹은 욕망의 상징적 기호에 유사하다.), 밤하늘에 커다랗게 떠 있는 둥근달, 그리고 마치 새장이나 안온한 보금자리(집)와도 같은 구실을 하는 선인장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부엉이를 비롯한 작은 새들, 물고기, 사슴, 알카파, 팬더, 표범 등) 및 부드러운 모피의 질감으로 이루어진 하트 형상, 바닥에 누워 있는 여성의 누드, 등대, 욕조, 열쇠, 둥글고 부푼 원형의 이미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들은 선인장에 결부되어 있거나 비현실적인 무중력의 공간위로 부유한다.

작가에 의하면 그러한 특정 이미지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꿈속에서 반복해서 마주했던 것들로서 이른바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에 해당한다고 한다. 꿈이란 현실계의 완강한 제도나 금기, 형식적인 관계망을 홀연 무너뜨려주고 기존 질서를 와해시키는 전복적인 기능을 감행한다. 상식을 깨고 해체시키면서 다른 사유나 감각을 촉발시킨다. 여기서 꿈은 미술의 핵심적인 역할과 조우시킨다. 그러니 비록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억이나 욕망, 행복에 대한 기원의 의미를 달고 있는 특정 형상들과 그것들을 엮여서 이룬 허구의 장면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주어진 현실에 대한 작가의 대안, 또 다른 세계의 가설 등의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 안에서 시도되는 이 일은 ‘부조리한’ 현실에 겨냥되면서도 동시에 부단히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게 하면서 그림 그리는 행위의 순간, 그림이라는 결과물 자체에서만 위안을 받는 것으로 제한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꿈과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은 항상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고도 토로한다. 또한 이 그림은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떠올려보는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것은 “내 무의식 저편에 보관해둔 추억과 그리움, 순수했던 자신의 상징물”(작가노트)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예지의 그림은 자신이 설정한 유토피아의 공간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는 특별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작가는 뜨거운 태양 아래 놓인 사막에 수직으로 직립한 선인장 속에 구멍을 파고 달콤한 잠을 청하는 ‘힐라 딱따구리’,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부엉이, 다시 부엉이가 떠난 자리에는 다른 동물이 휴식을 취한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접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 지금의 그림이라고 말한다. 메마르고 삭막한 환경 속에서 공생하는 다양한 자연의 생명체들을 보면서 작가는 그 존재들이 흡사 우리 인간의 삶과 무척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선인장과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 공생하고 있는 이 조화로운 장면은 행복하고 좋은 것을 찾는 모든 존재의 초상이자 이를 빌어 자신 또한 그러한 유토피아(‘어디에도 없는 그곳’)에 대한 열망을 은연중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전시장 정보

OUDO

공간 운영
11:00 – 22:00
정기 휴관
무휴
전시장 문의
02-465-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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