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uture Museology 퓨쳐뮤지올로지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기간 2026.09.17 — 2027.03.14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전시장 레트로덕천
전시 기간 2019.09.16 – 2019.10.17
특별전시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하얗게 김이 서린 거울 혹은 유리창에 글을 쓰며 작업을 한다. 조용하고 습하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그 공간은 여러 타인들과 관계하며 타지생활을 해온 나에게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하얀 거울은 나에게 캔버스가 되어주었고 일기장이 되어주었다. 표현에 서툰 난 늘 머뭇거리고 망설이며 고민과 걱정이 많다. 이런 나의 턱 끝까지 차오른 내면의 목소리를 한마디씩 표출하는 것이 작업이다. 뿌연 김 때문에 형체를 잘 알아볼 수 없는 하얀 거울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망설이기만 하는 내 모습과 같다. 내 모습을 베일로 감싸버린 것인지 베일 뒤에 숨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사라지는 하얀 김처럼, 표현이란 간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리창에 힘들었던 마음들을 혼자 끄적이면 이내 곧 사라지고 다시 적기를 반복한다. 스스로 화를 냈다가 보듬었다가를 반복해보지만 천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한다. 이 과정에서 맺혔다가 떨어져버리는 물방울은 늘 눈물을 머금고 있는 내 모습과 닮았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 작업의 내용은 살아가며 늘 변화하겠지만, 불안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수많은 의문과 그에 대한 대답, 터져버린 상처와 조심스러운 치유, 불만에 대한 회피와 각성 그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한다. 최근의 작업에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그렸다.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데,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빨리 달리라는 말을 듣는 것이 나를 더 연약하고 흔들리게 만들었다. 목표도 방향도 모르지만 멈춰서 쉬거나 고민하는 것이 죄를 지은 것 마냥 잘못된 일로 치부하는 사회와 부모님이 미웠다. 그리고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던 나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사회에 대한 원망과 자기연민, 끝없는 불안의 고리 안에 살았던 스물넷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게 힘들었고 소중했다. 애증의 스물넷은 이렇게 작품으로 남았고 많이 부족하지만, 또 많이 자랑스러워 마음이 가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