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전: 임송자
대전시립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01 — 11.22 · 대전광역시 서구
전시장 대전MBC 갤러리M
전시 기간 2019.11.13 – 2019.11.19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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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에서의 무위(無爲)와 물화(物化)의 세계
2000년대 들어와 강구철의 일련의 작업들은 <사색>이라는 제목으로 한층 시적인 정취를 풍긴다. 특히 나비, 물고기, 장수하늘소, 메뚜기, 잠자리, 풀 등의 이미지들이 그림의 전면에 등장하거나 화면 전체의 주요한 구성요소로 배치된다. 이렇게 자연물을 중심으로 한 작업은 언뜻 화조화(花鳥畵)의 전통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강구철의 <사색>의 자연물들은 전통적인 화조화의 리얼리즘적 묘사와는 거리가 있다. 지점토를 쌓은 배경 위에 그려졌다기보다 조각된 그 이미지들은 사실주의적 화법이라기보다 다소 투박하고 추상적이며 어떤 면에서 문인화의 사의적 감성마저 비쳐지는 시적인 그림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중국화의 특징 중 하나인 ‘자연물을 통해 뜻을 부치는 우의(寓意)적이고 정을 펴내는 서정(抒情)의 기법’과 같은 것인가 물을 수 있다. 예컨대 그것은 모란이나 봉황이 의미하는 부귀, 소나무와 대나무 등이 대표하는 그윽한 정취를 말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러한 상징을 추구한다기보다 차라리 그가 사는 장소 주변에 가까이 있는 친근한 자연물들을 작품 안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말 그대로 사색(思索) 즉 ‘생각을 찾아’ 더듬는 시간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사색의 시간 속에서 과연 작가는 무엇을 퍼 올렸을까? 찌든 일상의 상념을 털어내고, 허공을 날아가는 한가로운 나비의 날갯짓을 보며 혹은 물고기가 연꽃을 희롱하며 유유히 노니는 작가 자신만의 뜰에서, 지점토를 올리고 색을 칠한 후 뜸을 들였다가 다시 그 위에 지점토를 덧바르거나 드로잉을 하는 시간의 여정 속에서 그가 사색하고자 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여백이 많은 공간에서 둥둥 떠오르는 자연물들은 어떤 인위적인 강요된 삶을 거부하는 무위(無爲)의 몸짓을 연상시킨다.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일정한 기준들에 맞춰 살고 있는 기계화되고 자동화된 삶의 패턴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던 ‘자유’나 ‘무위’의 이념들은 이처럼 예술을 통해 상기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인지 우리는 강구철의 ‘나비’ 그림을 단순히 작가의 유미주의적 취향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장자의 ‘나비의 꿈(胡蝶夢)’으로 보게 된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편에서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꾼 이야기는 유명하다. 꿈에서 깬 후 자신이 나비가 된 장자였는지 장자가 된 나비였는지 구별하기 어렵지만 구별이 있음을 말하는 이야기의 말미에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일러 사물의 변화(物化)라 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강구철의 작업에서 나는 이 물화의 모티브를 보고자 한다. 장자가 나비가 될 수 있고 나비가 장자가 될 수 있음은 물화의 사유 즉 자아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넘어 내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내가 될 수 있는 정신, 즉 망아(忘我)의 정신, 자기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남이 강구철이 그린 자연물들에서 오는 자유로운 정신이다. 이처럼 ‘무위’나 ‘물화’의 이념들이 강구철의 작업 재료와 테크닉 속에서 녹아들고 있기에 동양적인 정신 혹은 기운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사색 · 한지에 수묵 · 150x210cm
사색 · 장지에 채색 · 150x210cm
사색 · 한지에 채색 · 150x210cm
사색 · 한지에 수묵 · 150x21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