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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CK갤러리

Art Library - 박하늬展

종료

전시 기간 2019.11.06 – 2019.11.16

회화
Art Library - 박하늬展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관람 시간
9:30 - 18:30
휴관일
일요일,공휴일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울산 남구 달동 590-14 · CK치과병원 1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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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유쾌한 전복으로 이루어진 일상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책은 문자와 이미지라는 기호로 가득하다. 특히 문자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약속된 체계 안에서 작동하는 소통의 수단이다. 문자의 발명은 기억의 강력한 수단이자 삶의 경험들을 기록, 전승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문자는 인간만이 소유하고 활용한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에서 문자/책을 이용한다는 기록은 아직 부재하다.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문자나 책을 말할 때는 철저히 인간의 관점 안에서 다루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박하늬의 그림은 개들이 책을 읽고 있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인화된 개들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거나 인간의 옷을 입고 있다. 실내는 소파, 침대, 책꽂이, 거울과 액자 외에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특정 공간에서 보내는 이의 삶을 보여주는 풍경이자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컴퓨터를 다루는, 지극히 보편적인 일상의 한 순간을 재현하고 있는 장면이다. 동시에 많은 책들이 곳곳에 펼쳐져있거나 진열되어 있다. 제목이 적힌 책등(책 제목이 쓰인 옆면)을 통해서 우리는 개들이 소유한, 읽고 있는 책이 어떤 것인지 은연중 엿보게 된다.

누군가의 서재는 한 개인의 취향, 관심사, 세계관, 지적 관심 등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거울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책들은 거의 미술과 관련된 것들이다. 화집과 미술사 책들이라 펼쳐진 책에는 그림이 등장하고, 그림 안에 담긴 또 다른 그림을 선물처럼 안겨준다. 그림을 통해 그림으로 들어가는 묘한 통로가 가설되어 있고 여러 작가들의 실제 그림이 참조되어 들어오면서 갤러리나 서점에 온 듯한 체험을 안긴다. 책의 표지(작가에 의해 부분적으로 변형된)나 그 안에 담긴 그림들이 모여 그림을 이루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그림 안에 한글과 영문이 섞인 문자와 그림이 공존하고 있고 개와 인간 또한 구분 없이 공생한다. 이것은 현실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림 안에서,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충분히 만개하고 있다.

납작한 평면성의 화면을 강조하고 있는 이 그림에는 반듯한 윤곽선으로 거느린 형태들과 명암 없이 칠해진 색채, 평평한 붓질로 마감된 색면, 그래픽 한 도상, 디자인적인 구성과 회화적 터치들을 혼재시킨 방법론 등으로 인해 여러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여러 화집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은 개별 작가들만의 형상과 색채, 붓질의 맛들을 골고루 보여준다. 마치 그러한 이미지로 잘 차려놓은 밥상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앤디워홀의 꽃 그림(실크스크린)이 옷을 이루고 마리 로랑생, 르네 마그리트, 데이비드 호크니, 피에르 보나르, 웨인 티보, 피에르 몬드리안 등의 그림이 화면 곳곳에서 부유한다. 아울러 일상의 소품들, 사물들의 피부(라벨, 문양 등)가 그와 함께 한다. 분명 작가는 자신의 생활공간, 아마도 작업실에서 보내는 매순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것들을 자연스레 그림 안으로 불러들여 반복해서 그리고 있다. 작가를 대신하고 있는 개는 고스란히 작가의 일상과 일상을 채우고 있는 삶을 모방하고 있다. 그러니 이 그림은 자화상에 가까운 그림이고 일기에 해당한다. 가장 사적인 순간, 작업실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내밀하고 고요하며 지극히 평온한, 동시에 달콤한 고독으로 침전되는 그 시간의 풍경을 아이들 그림에서 엿볼 수 있는 순박함과 함께 익살스러우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사람이 개가 되고 개가 사람이 되는, 이 유쾌한 전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림을 보노라면 그림에서만 가능한 또 다른 세계를 만나고 그로인해 즐거운 상상력을 힘껏 누리게 된다.

전시장 정보

CK갤러리

공간 운영
09:30 – 18:30
정기 휴관
일요일,공휴일
전시장 문의
052-270-2818

전시별 관람 시간·장소는 상단 관람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