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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개인전 :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

종료

전시 기간 2020.09.10 – 2020.09.25

기획전
김혜미 개인전 :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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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간
월-수 14:00-19:00 목-금 15:00-20:00 토-일 휴관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26

전시 소개

폐색된 박물관 안에서 비집고 나온 이미지들. 김혜미의 이미지들은 지극히 사소한 우연들의 집요한 연결, 의도된 착오, 무의식의 층위에서 발생할 법한 불가해한 얽힘 등을 통해 재구성되며 그것은 판화라는 매체를 딛고 또 한 번 맥락 지어진다. 의미로 닫히지 못하고 비집고 나왔다는 점에서 언어로 환원될 수 없으며, 원대상과의 협업 하에 판화의 물성에 의탁하여 생산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시간을 함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은 어떠한 기억될 권리도 부여받지 못한다. 한편 작가의 작업은 지독한 아카이브적 수집이나 지식의 축적과는 구별된다. 되려 그것은 작가의 말을 빌면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적같은 우연과 일련의 우연적 발견”, “우연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두려움에 가까운 운명”을, 그를 통해 빚어질 새로운 풍경을 긍정하는 것에 가깝다.

이번 전시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에서 김혜미는 W. G. 제발트(W. G. Gebald)와의 조우에서 시작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는 작가가 지난 몇 달간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 사이를 항해하면서 만난 사소하고 우연적인 사건들의 기록이다. 여기서 작가의 과업은 사건들 사이에 느슨한 시퀀스를 만드는 일이며 그렇게 교직된 세계는 수평선과도 같은 풍경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는다. 벽에 그러 붙은 이미지들은 서로에게 연결점을 내어주고 서로를 침투하지만 그와 동시에 충돌과 모순을 거듭할 텐데, 여기서 전제되는 것은 전혀 다른 형상이 구성될 가능성이다. 이는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시간과 공간의 특정 파동이 우리의 파동과 겹쳐졌을 때, 언제라도 굴곡지는 파동의 회절을, 그로부터 유발되는 또 다른 우연의 사건을 감각하게 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전시 제목인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는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이재영 옮김, 창비, 2019)의 한 문구에서 발견되었다. 전시의 시작은 바로 이 짧은 문구에서 비롯하였는데 잘게 부서진 파도와 모래의 텍스쳐로 펼쳐지는 이 문구가 작가에게 자체의 물성을 지닌 채 다가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토성의 고리』가 순환적 시간 안에 담긴 멜랑꼴리의 정조를 전한다면, 작가는 의도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다. 그것은 사적인 것이지만 어떠한 시간을 선물한다.

글 이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