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4b822b933ebf1beef7aaf5d7306d4d42.png&w=3840&q=75)
[소마미술관] 기념에서 풍경으로
소마미술관
전시 기간 2026.10.17 — 2027.02.14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전시장 Studio 1in
전시 기간 2021.05.06 – 2021.05.30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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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디지털조각 모음, 디지털 조각모음 글 문현정
전통적 회화에서 ‘평면’은 작가의 감각에 의해 구상된 시각언어를 구현하기 위한 2차원의 공간이다. 평면에 관한 사유는 곧 ‘채워져야 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며 시각언어를 배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노동 행위를 수반한다. 캔버스는 작가가 평면이라는 개념을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귀결되는 장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야기된 고민들, 이를테면 어떻게 구획할지, 어떤 구성을 어디에 배치할지 등과 같은 고민들은 곧 작가의 고유한 감각에 의존하는 선험적인 흐름을 따른다. 이러한 인상에 의거한 시각언어는 평면에서 구성-위치에 대한 명료한 규칙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일대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불일치의 문제를 가지게 된다. 디지털이 아닌 수작업의 성격을 띠는 회화에서 어떠한 요소가 마땅한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상실된다. 만일 분할된 평면에 특정 값을 위치시키는 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면, 물감과 붓은 작가의 손에 운명을 맡기게 됨으로써 특정 값에서 미끄러지기에 위 목적에 적절하지 않은 재료가 된다.
한지훈은 평면을 유클리드 기하학을 기초로 한 ‘좌표평면’으로 인식함으로써 평면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한다. 좌표평면에서의 시각언어는 감각보다는 계산된 산출 값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명확한 규칙을 가진다는 점에서 회화 일반의 평면과는 다르다. X, Y축 위에서 점과 선은 필연적인 대응에 의해 ‘위치된다’. 이러한 평면의 이해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함수화’로 해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작업의 주재료로 등장하는 테이프는 공업, 산업적으로 규격화된 비율과 사이즈로 재단된다는 점에서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이다. 좌표평면 위에 오른 테이프는 X, Y축을 가로지르며 특정 (x, y) 좌표에 대응하는 색, 즉 좌표값을 입력하는 식의 경로를 따른다. 이러한 작가적 언어의 결과는 0과 1의 픽셀 정보값에 따라 채워지는 디지털 비트맵Bitmap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추상과 구상의 중간자적 형상으로 드러난다. 어떤 색의 조합이라 규정하기 어려운 RGB 픽셀과 같은 구성은 선에서 점으로, 다시 점에서 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디지털 이미지의 재단 과정을 모방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단계에서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이미지의 처리 방식을 차용해, 디지털 신호체계에 활용되는 수학의 미적분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수학에서 적분은 – 특히나 정적분은 – 넓이나 부피를 구하는 계산법에 쓰이는 연산으로, 주어진 구간을 무한대에 가깝게 세분화하는 방법으로 계산된다. 이 구간은 무수히 많은 n개의 직사각으로 세밀하게 쪼개진 후 다시 더해지는 과정을 수반한다. 무한의 사각형들은 하나의 평면을 이루는 X, Y축 속에서 특정한 궤적을 만들며 좌표평면을 점유해 나간다. 작가가 작업에서 평면을 분할하고 채워나가는 방식은 적분의 과정과 유사한 지점을 가진다. 작가는 디지털로 제작된 이미지를 직사각의 얇은 테이프로 분할한다. 그리고 구획된 평면에 테이프를 빈틈없이 채우며 평면의 미완결 상태를 모면해 나간다. 결과적으로 도출되는 완결의 상태는 적분으로 채워진 평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디지털 이미지가 가진 특수성을 드러낸다. 디지털상의 모든 픽셀은 0의 정보값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이 인식하는 평면은 곧 디지털이며, 구현하는 과정 역시 디지털의 규칙을 따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적분에 의거한 해석은 <CONSTANT FUNCTION> 시리즈에서 드러나는데, 상수함수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가로와 세로 축으로 이루어진 좌표에 가장 단순하게 계산된 함수값이 위치하고 있는 형상이다. 작가가 부여한 규칙을 따르는 색의 조합은 일정한 간격과 규격으로 직사각의 2차원 캔버스를 채우며 극소범위에서 움직이는 작은 사각들을 조합하는 적분의 규칙을 따른다. 평면의 크기에 따라 픽셀은 확대 및 축소 변용되며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으로 통합된 관계성을 드러낸다. <TETRIS> 시리즈는 테트리스 형태를 차용해 디지털 픽셀과 같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평면이 조각적 형상을 띄게 되는 작업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INTEGRAL IMAGE>에서는 디지털의 규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작업은 다음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작가가 디지털로 제작한 이미지는 10m 길이로 인쇄되고, 2mm 간격의 테이프로 분해/가공된 후, 다시 2차원 평면으로 돌아가 작가의 손으로 재현된다. 테이프를 분해하고 다시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은 미분과 적분이 통합된 부정적분Indefinite Integral의 과정을 연상시킨다. 작업은 디지털로 작업한 이미지를 공업용 테이프로 분해하는 미분의 과정을 거쳐, 작가의 손으로 다시 캔버스에 테이프를 위치시키는 적분의 과정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처럼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를 부르지만, 작가는 일부러 테이프를 좌표값에서 빗나가게 엮어 나감으로써 의도적인 오차를 만들어낸다. 글리치Glitch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오차는, 작가가 디지털에서 생기는 현상을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더한 시각적 인지 과정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본격 입체 구현을 시도하는 <CYLINDER PICTURE>는 돌아가는 사람 오브제다. 이 작업은 인간이 가지는 물리적/시각적 한계로 인해, 평생 한 지점에 고정된 채로 단편적 평면만을 인지하게 된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다. 고정된 하나의 시점에서 관찰이 가능한 평면과 다르게, 입체는 여러 시점에서 관찰되어야 하므로 몸을 움직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요된다. 작가는 인간이 어떤 대상을 지각할 때 생기는 사건의 시간축을 다루기 위해 ‘시점’의 이동을 시도한다. 3차원 인물을 360도 촬영해서 2차원 디지털로 편집한 후, 원기둥 형태의 평면에 재조립한 이 작업은 다차원의 대상을 한 시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결과물이다. 그런데 실린더는 등속도로 회전함으로써 시간차를 발생시키고, 이는 대상을 하나의 시점에서 바라봄과 동시에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드는 역설적인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 오브제는 평면과 입체의 중간 지점을 목적으로 하며, 2차원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히 3차원도 아닌 대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제 작가는 2차원 좌표평면의 X, Y축에 Z축을 더해 3차원 ‘공간’에 대한 사유를 시도한다. 2차원에서 사용되던 방법론은 3차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다른 차원으로 단면의 확장을 실험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RGB ROOM>은 작가가 처음으로 테이프를 건축 조형에 사용했던 초기작 <BIG PICTURE>를 모태로 한다. 여기서 공간은 입방체로 치환된다. 테이프는 건축물의 내 외부를 점유해 나가며 미적분의 도구를 3차원 공간으로 옮겨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입체작의 제목에서 드러나는 단어 ‘PICTURE’는 2차원과 3차원 사이의 간극과 역설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번 오픈스튜디오 《Digital Defragment》는 ‘디지털조각 모음’ 혹은 ‘디지털 조각모음’으로 읽히며, 데이터를 하드디스크에 넣으면서 ‘조각냈다가 다시 합체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본 오픈스튜디오는 작가가 테이프를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초기 작업부터, 평면에서 공간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시도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피티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건축물, 좌표 평면, 입체화, 디지털과 현실 공간, 미적분 등의 키워드를 던지며 기존의 인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출처= Studio 1in)
전시전경 · (출처= Studio 1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