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박미례 개인전 ≪해산첩(海山帖)≫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e651578dd7d7bcf0081ddeb714c2ddcd.png&w=3840&q=75)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박미례 개인전 ≪해산첩(海山帖)≫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전시 기간 2026.10.02 — 11.29 · 경기도 파주시
전시장 아트 포 랩
전시 기간 2022.08.15 – 2022.08.24
기획전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 창)<틈새의 풍경들> : 망각의 영토로 안내하는 투명한 지도
전시 서문 | 박하은
Art For Lab 아트 포 랩은 2022년 자체 기획한 공간 공유 프로젝트인 <사각지대>를 통해 네 팀의 작가 및 전시를 지원한다. 그 첫 시작으로 김은솔 작가의 개인전 《틈새의 풍경들》을 오는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총 10일 간 개최한다.
김은솔은 일상적 사물을 이용한 조각 작업을 통해 잊혀지기 쉬운 기억들과 일상적 풍경 속 잔해로 남겨진 빈틈과 구멍들을 우리의 눈 앞으로 불러내고자 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작가의 삶 어딘가에서 발견된 구멍과 같은 잔상들은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마치 기억의 속성이 그러하듯 모자이크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이러한 기억들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영역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재현된 풍경 역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풍경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은솔은 그러한 잔상들을 조각 속에 구멍과 빈틈으로 새겨 넣었고, 감상자와 작품 간의 조우를 통해 그들 사이로 낯선 풍경이 발견되기를 기다린다. 자주 쓰이는 일상적 물건들에는 반복적인 마찰로 인해 생긴 자국들이 종종 발견된다. 그것은 구멍이 되기도 하고, 옷깃에서 풀려나온 실오라기, 문고리에 찍혀 움푹 패인 벽지일 때도 있다. 사람의 몸도 물건이라 말할 수 있다면 우리의 손과 발에 박힌 굳은살까지, 반복적 일상은 그렇게 흔적을 남긴다. 사람들은 다양한 연유로 일상을 온전히 소유하지 못하고 망각 속에 흘려보내지만 우리의 영혼과 몸이 기거하는 터전 어딘가에 남겨진 구멍들은 반복된 무언가가 그 자리에 존재했음을 증명하듯 고개를 내민다. 아주 우연한 발생으로 생겨난 구멍들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치밀하게 설계하여 밀어 넣은 ‘차경(借景)’ 속 풍경과는 사뭇 다른 속성을 지닌다. 일정하지 않은 비정형의 이 구멍들은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 속한 물건들 위에 마치 지도처럼 녹아들어 있다. 구멍의 존재는 상실된 파편들의 존재를 궁금하게 하고, 소유할 수 없었던 감정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내 그 빈틈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풍경은 조각의 물리적 현현과 함께 우리 앞에서 온전히 새로운 ‘하나’로 인식된다.
상황주의자였던 프랑스의 철학자 기 드보르가 주장했듯이 인간의 심리 혹은 기억을 지도처럼 좌표화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도시 개발의 청사진처럼 뚜렷하기보다 오히려 매번 새롭게 변주되어 길을 잃기 쉬운 움직이는 미로와 같을 것이다. 소유하거나 외울 수 없고, 따라서 다다를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매혹적인 길. 전시에서 마주치는 잔상들은 우리를 그 불안한 기억으로의 길로 이끄는 항해자와 같다.
한편 김은솔이 조각을 구성하는 원리는 새들이 빈틈을 찾아내 자신의 보금자리를 꾸리는 ‘새집’, 즉 새들의 둥지와 발생 및 형태적 방법의 궤를 공유한다. 작가는 틈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을 이색적이면서도 편안하다고 느낀다. 작업에 깃든 이러한 시선은 감상자에게 세상에 흩어져있는 자연물과 인공물을 물어다 눈에 띄지 않는 틈새 어딘가에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가꾸는 새들의 태도를 연상하게 한다.
어쩌면 김은솔의 작업을 통해 새로이 빚어진 것은 조각이 아니라, 손 때 묻은 물건들 위로 남은 잔상들이다.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면 저마다 지니고 있을 가장 강력한 안식처의 기억,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떠나왔을지라도 물건들 위에 녹아든 이 구멍들은 기꺼이 세상과 우리 자신이 맺고 있는 인연의 증거로 존재한다. 스스로는 우연히 태어났을지라도, 필연으로 나를 맞아주었던 세상에 대한 기억. ‘Hole’로 남겨진 이 틈새 너머 풍경들은, 결국 상실을 품에 가득 안은 채 내가 딛고 선 자리를 긍정하려는 시도이다. 반복된 일상의 깊이가 만들어낸, 쓸쓸하지만 완전한 풍경을 머금은 채로.
서문 : 박하은 디자인 : 오연진 주최 : 아트 포 랩 주관 : 스튜디오 포랩
(출처 = 아트 포 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