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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갤러리 피랑

바람의 무게 - 일과 사람과 식물과 날씨

종료

전시 기간 2022.10.19 – 2022.10.30

기획전
바람의 무게 - 일과 사람과 식물과 날씨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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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간
12:00 - 18:00
휴관일
월요일, 화요일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94
지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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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이 편지의 수신이 요원히 느껴지지만 그 언젠가 멈추어 저를 찾으실 테니 조급해 않겠습니다. 그때 제가 지나온 자리를 살펴봐 주세요.

얼마 전 제가 사라졌다며 여기저기 수소문하신다고 들었어요. 단박에 달려가 여기 있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당신은 듣지 못하더군요. 저는 제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발화 능력을 잃고 말아요.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당신 도처의 존재들을 건드리게 됩니다. 나는 나로서 온전할 수 없거든요. 소리도 무게도 맛도 없는 제가 가닿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붙잡아야 해요. 이를테면 땅에서 움트는 새싹, 너울대는 물기슭, 빨랫줄에 널린 이불자락, 누군가의 속눈썹 같은 것 말이에요.

알고 계신지 모르지만 저는 시간의 중력 바깥에 위치해서 세월에 따라 변모하지 않습니다. 제게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은 무의미해요. 그들은 순환하고 연결되며 자유롭게 부유하죠. 다만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저를 제외한 모두가 소실된다는 사실이에요. 나뭇잎이 시들고, 사랑이 끝나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해요. 그럼 저는 마치 그림자와 같아서 머물 곳을 찾아 또다시 헤매게 됩니다. 가끔 울컥한 나머지 유치한 행동을 할 때도 있어요. 여느 귀퉁이에 만족하다가도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거든요. 물론 제 심술로 인해 망가진 풍경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가령 송두리째 뽑혀 나간 뿌리를 보고 있자면 나의 난폭함에 저주를 내리고 싶어집니다.

당신이 바람이라 부르기 전까지 저는 유령과도 같아요.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내려앉을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흔들리죠. 제가 사라졌다고 착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흔적은 부재를 방증하더라도 부재는 무언가 존재했음을 의미합니다. 저를 부정하는 말들은 오히려 저를 증명하고 말아요.

그러니 혈혈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기꺼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겠습니다. 아픔을 흩트리고 그리운 이를 소환하거나 잊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망가뜨리는 이에게 사나운 경고를 날릴 수 있다면 언제든지요. 어느 날엔 잔잔하게 또 어느 날엔 세차게 흔들리겠습니다. 용케도 나의 냄새를 맡고 변화를 눈치채는 당신에게만큼은 그렇게 보답하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저를 곧 찾아낼 거란 증표겠지요. 당신의 사연이 마냥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는 불가항력적이지만요. 머지않은 시간에 다시 만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2022년 10월 19일 바람으로부터

전시 서문 / 글 이유진

(제공 = 갤러리 피랑)

전시장 정보

갤러리 피랑

공간 운영
11:00 – 17:00
정기 휴관
월요일, 화요일
전시장 문의
031-949-1183

전시별 관람 시간·장소는 상단 관람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