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루미늄 오이: 정연두》
경남도립미술관
전시 기간 2026.07.29 — 11.01 · 경상남도 창원시
전시장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전시 기간 2019.06.21 – 2019.08.11
특별전시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회화>
I 자연, 조형적 시도 (1956-1968)
이성자 작가는 1953년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에 입학한 후 초기에는 인물과 정물에 관심을 두었고, 구상과 추상 등 여러 조형적 실험과 양식적 탐색을 이어가다가 나무 ․ 산 ․ 대지 등 자연을 소재로 본격적인 추상작업을 시작했다. 50년대 후반부터 마치 밭을 갈고 경작을 하듯 빗살 모양의 선들을 반복적으로 두텁게 칠하고 긁어내고 덧칠하는 집중적 노동으로 회화의 질감을 극대화한 개성적인 기하학적 추상작품에는 손의 노고와 자연에 대한 애착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시 적인 제목, 밝고 부드러운 색채, 그리고 점 · 선 · 면 · 원 · 삼각형 · 사각형과 같은 기호들로 구성된 화면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상 속에 담긴 것은 무엇보다 고향의 땅, 자식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60년대 작업에 대해 스스로 ‘여성과 대지’로 이름붙이고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이다.”라고 말했던 작가의 언급에서도 나타나듯이 자식, 어머니, 고국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작업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II 수로왕릉, 음과 양 (1969-1979)
이 시기는 모성과 대지라는 기존의 모티프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제를 찾는 모색기로서 이성자 작가는 재료와 기법에서 또 다른 변화들을 시도했다. 작가는 1969년 떠난 미국 여행에서 보게 된 워싱턴과 뉴욕의 도시 모습에서 ‘중복’의 모티프를 찾아냈다. 작가 스스로 ‘중복’은 작품의 “힘줄, 근본, 중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들과 면들이 겹치도록 하는 작업을 시도하면서 매체도 불투명한 유화에서 겹침 작업이 용이한 아크릴로 바꾸었다. 이 시기에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예술적 화두의 핵심적 요소가 탄생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음과 양’, ‘은하수’라는 작가만의 고유성을 지니면서도 보편성을 가지는 소재이다. ‘음과 양’은 어린 시절 김해 수로왕릉의 숭인문에서 봤던 태극문양으로부터 유래한 것이지만, 그것을 창조적 모티프로 재발견하게 된 것은 미국의 도시들에서였다. 합일을 의미하는 원으로부터 나뉘어진 볼록한 형태는 ‘양’, 오목한 형태는 ‘음’이다. 음과 양의 모티프 사이에 세로 줄 형태로 나타나는 ‘은하수’는 틈과 여백이며, 음과 양이 소통하게 하고 관계 맺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로 긴장과 리듬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음과 양 그리고 은하수는 신화, 신비, 희망, 화합을 상징하는 새로운 우주적 자연을 의미한다.
III 우주, 초월적 미래 (1980-2008)
이성자 작가는 예순을 넘기면서 지난 20년간 지속해오던 추상으로부터 다시 구상의 세계로 회귀한다. 음과 양, 은하수라는 추상적 모티프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바다, 산, 숲, 하늘, 대기, 별, 구름, 만년설과 같은 구체적인 형상들을 담았다.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라는 지구 반대편의 대척점을 오가는 항공기에서 내려다 본, 눈 덮인 그린란드 극지의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이제 자신의 과거 경험의 상처, 자신을 가두던 속박과 편견을 넘어설 수 있었다. 1993년까지 제작되었던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에서는 항상 만년설이 덮인 산이 화면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1995년 이후 작품들에서는 산과 만년설이 사라지고 시점이 우주와 은하수로 확장되었다. 그것은 초현실적인 대기 속에 유영하는 환상적인 색채의 이상적 미래도시의 설계도이자,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양극단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공간이다.
<판화>
이성자 작가가 도시 이미지에 집중했던 1970년대에는 자연과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후에도 목판화라는 표현 매체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이어갔다. 작가는 나무를 “친밀한 동반자로서 허물없이 비밀스러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로 비유하면서 나무에 관심을 두었는데, 이는 목판화에서 잘 드러난다. 작가는 목판화 기법이나 테크닉 보다는 나무라는 재료 그 자체가 가진 생명력에 매료되었으며 그것은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강렬한 열망과 관계가 있다. 특히 작가는 통상적인 목판화의 사각형 틀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 둥치를 가로나 세로로 잘라 그 단면에 새겨서 찍어내는 독창적인 발상으로 목판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회화의 각 시리즈에 조응하는 목판화들은 회화와 상보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조형 언어 탐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나무 그 자체를 오브제로 사용하는 작품으로까지 이어짐으로써 이성자의 작업은 회화, 판화 뿐 아니라 조각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도자기>
이성자 작가는 7-80년대에 경기도 이천, 곤지암, 그리고 통도사 등에서 도자기를 제작했다. 작가에게 도자기는 고향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자연 그 자체를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또한 작가는 당시 한국에 와도 아직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만나주지 않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도자기를 많이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도예가는 아니지만 이성자 작가의 도예 작품 수는 500여점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다. 특히 그는 보통 다른 화가들도 많이 시도했던 것과 같이 이미 만들어진 청자나 백자 기물 위에 회화를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손으로 흙을 직접 빚어 도자기의 기형을 만드는 도예 작업까지 시도하였다. 그래서 꽃이 개화하는 모습, 연잎이나 식물 잎사귀 등 자연의 유기적 형상을 변형시킨 독특한 작품들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