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박미례 개인전 ≪해산첩(海山帖)≫ 전시 포스터](/_next/image?url=https%3A%2F%2Fmedia.art-map.co.kr%2Fart-map%2Fpublic%2Fupload%2F2026%2F10%2Fexhibition%2Fe651578dd7d7bcf0081ddeb714c2ddcd.png&w=3840&q=75)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박미례 개인전 ≪해산첩(海山帖)≫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전시 기간 2026.10.02 — 11.29 · 경기도 파주시
전시장 공 갤러리 카페
전시 기간 2019.08.28 – 2019.09.29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실재계와 상상계 사이에서
강홍구(작가)
1. 남상운에게 연(蓮)은 실재이자 상상이다. 현실이자 가상이며 어쩌면 그 둘 다 아닌 이미지에 지나지 않기도 하다. 한 작가에게 하나의 테마, 혹은 집요하게 탐색해야 할 소재가 찾아오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남상운의 작업 속의 연은 그 청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지난 시절의 힘든 기억과 가난한 환경에 대한 현실에서 왔다. 그는 어린 시절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꽃을 재배 하는 집안 일 을 도왔고 맘껏 놀지 못했던 그 때의 기억이 일종의 공백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아마도 연은 그 비닐하우스 근처의 연못에 있던 것이나 아닐까 싶다.
비닐하우스는 일종의 가짜 자연 환경이다. 늘 계절을 앞서가기 위해서 온도를 높이고, 습도를 조절해서 꽃들을 일찍 피워야 한다. 이렇게 피어난 꽃들은 진짜이지만 계절을 앞서간 인위적인 인공물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가짜이기도 하다. 진짜이면서 가짜이고 둘을 구분하기 힘든 세계는 비닐하우스의 꽃 말고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2. 그가 그린 연은 그 현실과 가상 사이에 펼쳐진 블루 스크린(Blue screen)이다. 초기에는 녹색의 연잎과 그 위를 구르는 물방울이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적 기법으로 그려졌었다. 불필요한 것은 모조리 제외한 미니멀한 묘사가 그 특성이었다. 거기에는 되도록 감정도 배제되었고 연잎, 풀잎이나 그림자, 그리고 연잎 위의 물방울이 전부였다. 그걸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보는 사람의 자유였다. 아직 그 작업들은 연잎에 특별한 스토리를 부여하기 이전의 작업들이었다.
그 이후 그의 작업 속 연잎은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에 관해 배우인 아들의 촬영 현장에서 본 블루 스크린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블루 스크린은 연기자가 행위 하는 배경이며 그 배경에는 다른 이미지들이 덧붙여져 한 장면이 완성된다. 그 배경에는 CG가 들어갈 수도 있고 현실 장면이 겹쳐질 수도 있다. 즉 무한한 가능성이자 동시에 가상적 공간이 된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와 영화 또한 가짜이자 진짜이다. 이른바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뒤섞는다.
3 남상운에게 연잎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어린 시절 보았던 연잎은 진화를 거듭해 새로운 해석을 낳는다. 작가는 ‘연잎은 실제와 환영이 겹쳐있는 현대인이 사는 세상이며 만들어진 허구의 유토피아’ 라고 말한다. 물론 유토피아는 본래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그린 연잎은 단지 이미지로만 실재하는 가상이 된다. 이 가상적 유토피아는 그가 꿈꾸는 세계이며 일종의 이상향이다. 그리고 거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가 연잎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꽃을 가꾸는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는 아니었다. 아마도 우연히 비닐하우스 근처에 있는 연못의 연잎을 바라보고 만지고 놀았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이지만 가상인 연잎은 인공자연이 아닌 세계이다. 아무도 연을 대량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인공재배 하지 않는다. 연은 일종의 현실계이다.
4 연처럼 텍스트성이 복잡하고 레퍼런스가 많은 꽃도 드물다. 물론 연잎에 관해서 라기 보다는 연꽃에 관해서이지만 멀리는 이집트 벽화의 그림부터 불교와 민속 신앙, 한자 문화권의 문학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인 꽃이다. 불교에서는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의미하며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쓰고 있다. 극락세계를 달리 부를 때에 ‘연방(蓮邦)’이라고 한다든지,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태(蓮態)’라 표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부처가 앉아 있는 대좌를 연꽃으로 조각하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다.
남상운의 연꽃 아닌 연잎에는 부처 대신 물방울이 구르고 자동차가 굴러간다. 물방울은 자연 또는 자아 정도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고, 초창기 그림 속의 무당벌레를 대신해 굴러가는 자동차는 작가가 가진 세속적 욕망의 표현이다. 불교의 유토피아인 극락은 이 세상에는 없는, 저 세상의 것이다. 남상운의 연잎도 하나의 상징계로서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단지 이미지일 뿐이다. 그 이미지 위에 나타난 칠점박이 무당벌레 같은 자동차는 작가의 욕망이자 우리 모두의 그것이다. 즉 그의 세속성이 연잎이라는 상징계 위에서 하나의 실재계를 이루는 것이다.
5 자끄 라깡( Jacques Marie Emile Lacan)의 욕망 이론을 빌자면 남상운의 연잎이 이루는 회화의 세계는 당연히 상징계이다. 그 상징들은 역사적, 문학적 레퍼런스와 인용들로 이루어져 있고 동시에 도달 할 수 없는 모순들로 차 있다. 그 모순의 대표적인 것들이 연잎/ 외제 자동차/ 강태공(姜太公) 들이다. 연잎은 현실이자 가상적 상징계이고 외제 자동차는 물질적 욕망을, 동시에 등장하는 강태공은 갈등에서 벗어나 평온하게 유유자적 하고 싶은 심리적 욕구를 의미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시와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는 쪽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이미지는 복잡한 현실 세계로 부터의 도피, 혹은 한가함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불교, 블루 스크린, 현실/ 현실적 욕망/심리적 욕망이 짝을 이루는 이 현상은 라깡식으로 말하면 도달할 수 없는 실재계이다.
라깡에 따르자면 실재계는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이어서, ‘주체의 원초적 현실’이자 ‘균열 없는 충만한 세계’이며 “안과 밖의 구분도, 대상과 주체의 구분도 없는” 세계다. 실재계는 때로 환각으로 때로 광기로 드러나기도 하며,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도달할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원초적 욕망인 실재계는 그러므로 욕망의 귀착점이다. 욕망의 귀착점이지만 도달 할 수 없으므로 실재이면서 동시에 부재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실재계이지만 상상계인 것이다. 유아들이 거울을 보고 자신의 이미지를 아는 상상계적 인식이 남상운의 작업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남상운 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의 숙명이기도 하다.
6 최근 남상운의 작업은 연잎을 그리는 방식이 좀 달라졌다. 동양화적 기법을 동원한 듯이 선염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물감이 가진 물질적인 사항들을 약간 통제에서 벗어나게 해서 내버려 두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의 분위기들은 서양적인 것에서 벗어나 문인화적 세계로 접근해간다. 그런 분위기는 주희(朱熹)의 애련설(愛蓮說)이나 한시 속의 연꽃들에 대한 예찬에서 묘사 되던 것들이다. 이로 인해 어쩌면 그의 작품의 텍스트의 해석 가능성은 좀 더 풍부해졌고 바라보기도 편해졌다. 물론 연잎을 구르는 물방울이나 자동차들은 환영적이다. 그리고 그 환영의 상징성은 화면 전체에 평온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어쩌면 상상계와 실재계 사이의 화해가 상징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어느 날 무심히 바라본 저수지에 흐트러진 연잎의 풍경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일어나는 체험적 공감이 그 계기일 수도 있다.
남상운의 연은 그의 작품 제목이 말 하듯 블루 문 스페이스(Blue moon-space)이다. 블루 문은 우울한 분위기를 의미 하지만 그의 작업은 그 우울함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벗어나서 쪽배를 타고 동양적 상상계의 물 위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 배 위에 무당벌레 같은 자동차도 한 대 실려 있기를 빌기로 하자. 상상과 상징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세계도 한 번쯤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 194x130cm · 2019 ·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 65x45cm · 2019 ·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 27x41cm · 2019 ·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 · 27x41cm · 2019 · Blue Moon-space ·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