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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아트스페이스류

The Paper Bag of Thought - 신혜선展

종료

전시 기간 2019.11.01 – 2019.11.30

회화
The Paper Bag of Thought - 신혜선展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관람 시간
11:00 - 19:00
휴관일
월요일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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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꿈꾸는 눈

서성록(미술 평론가, 안동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 중에는 특정 장면과의 조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작품에 반영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보리나주에서의 반 고흐가 그러했고, 잔트포르트에서의 요세프 이스라엘스 역시 그러했는데 특히 조지아 오키프의 생물형태적인 회화는 광활한 사막에서의 뉴멕시코 경험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혜선의 작업도 어느 한순간의 경험이 그의 작품성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비록 그것이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깊은 울림을 동반할 때가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영롱한 빛,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율동감, 손등을 간질이는 따듯한 햇볕의 감촉, 이른 아침 뽀얀 시골길의 연무, 시야가 탁 트인 넓고 넓은 바다 등등. 신혜선의 회화는 바로 이런 것들을 전달하며 공유하려는 데서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여행 중 보았던 풍경을 담은, 끝 모를 바다와 한적하고 평화스런 들판을 주제로 한 <See- Take out the natureⅠ>(2011) <See- Take out the nature Ⅱ>(2012)이며, 하얀 찻잔에 싱그런 물이 차오른 <See ? The Nature Takeout Ⅳ>(2014)에서는 청정지역의 수면을 연상시키는 에메랄드빛 물결이 커피 잔에 담겨져 있어 일상에서 싱그런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그런가 하면 <See ? The Nature Takeout Ⅳ>에서는 도시락 용기에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를 담아 일상에 쫓기는 도시인들에게 잠시나마 여유와 위로를 갖도록 하였다.

그의 작품에 새 움직임이 목격되는 것은 2015년경부터이다. 이 무렵부터 지금과 같은 주제의식을 담은 <See -The Nature Takeout>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이전 작업이 계기가 오늘의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손잡이가 달린 종이가방이 등장한다. 종이가방의 용도는 주지하다시피 어떤 물건을 담는 간이 용기와 같은 구실을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종이가방은 그런 실용적인 용도와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단지 종이가방이 기억의 매개물 구실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의 생각을 반영하듯이 대부분의 작품에는 종이가방 외에 다른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종이가방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풍경의 이미지들이 몇 차례 들어가기도 했으나 점차 이미지를 비우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전 작업이 순간을 종이가방에 담아서 가져오는 작업이었다면, 최근의 작업은 ‘비워진’ 또는 ‘속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지 모르는’, 즉 겉에서 보았을 때 비워진 종이가방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담고, 사색할 수 있는 상황을 나타내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작가노트에서)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때가 있다. 그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전의 작업이 어떤 풍경을 차용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연상(聯想)의 창문을 활짝 열어둠으로써 관자가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관객과의 소통의 강둑을 한층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셈이다. “바쁜 삶 속에서 제 작업을 마주한 순간 이 심심하고 밍밍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비워진듯한 종이 가방 앞에서 잠시나마 무겁지 않은 가벼운 호흡을 한 번하고 사색하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작가노트에서)

그의 작품이 ‘채우는’ 방식에서 ‘비우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보다 관객의 참여를 적극화하였다는 표시로 풀이된다. 즉 비워진 공간을 통해 관객이 사색하고 상상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의 의도가 불명료해 지거나 약간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감상자의 호응’이 그의 예술세계에 있어 핵심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서 화려하지 않은 작은 기쁨, 작은 휴식, 작은 여유로움을 감상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즉 피곤하고 힘들 때 멀리 가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선물하고, 함께 나누고 사색하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은 것이다. 예술은 예술가 스스로 즐기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그의 작품은 은은한 빛으로 에워싸여져 있어서 흡사 자연의 품에 안긴 것 같은 안온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림 중간 중간에 한가로이 떠있는 구름이나 하늘의 푸르름을 실어낸 것 같은 어렴풋한 이미지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의 작품은 단색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연 속에서 길어 올려진 서정성을 띠고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보면서 소비사회에서 아직도 ‘꿈꾸는 눈’을 잃지 않은 것에 대해 놀라게 된다. 우리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에 휩싸여 온통 얼과 넋이 빠지기 쉬운 사람처럼 정신이 혼미해지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 마음의 균형감각을 잡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소비사회의 이미지들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감상자를 ‘시정어린 세계’로 이끌고 간다. 수시로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성장한다는 것의 치명적인 비극중 하나는 우리가 사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사물에 대한 익숙함과 무감각은 보고도 본 척하지 않는 ‘꿈꾸는 눈’의 배신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똑같은 모양과 내용물로 출시된 상품들처럼 인식의 정형화, 삶의 패턴의 변질을 이루어간다. 그러나 우리가 어릴 때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었던 시각의 신선함을 쟁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에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사물을 대하는 시각이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고도 창의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아의 집중이 아닌,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세계,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대하는 예술가다운 태도가 아닐까. 신혜선의 작품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전시장 정보

아트스페이스류

공간 운영
11:00 – 18:00
정기 휴관
월요일
전시장 문의
010-3731-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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