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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Gallery Geoje(갤러리거제)

홍상곤 : 저곳

종료

전시 기간 2021.04.20 – 2021.05.30

회화
홍상곤 : 저곳 포스터

종료된 전시입니다. 아래 관람 정보는 전시 당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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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간
10:00 - 19:00
휴관일
월요일
관람료
정보 확인 필요
주소
경남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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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지금 오후 몇 시쯤일까

대조적일지도 모른다. 엉뚱하게 보일인지도 모른다. 언뜻 보면 그의 그림들은. 비가 내리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홀로이 서 있는 소나무의 그림이나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북하게 그려져 있는 작은 수풀들의 그림. 그리고 그와는 전혀 다르게 마치 지평선 위로 작은 집들과 건물들, 그리고 크레인과 등대들이 파노라마와 같이 펼쳐져 있는 그림들.

그 두 개의 이질적인 이미지들은 마치 전혀 다른 작가가 그린 것과 같이 형태나 색채의 대비에서도 아주 상반되며, 서로 이질적으로 보일 정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소나무와 수풀의 그림들은 동양화의 수묵화와 같이 무채색을 띠고 있지만, 지평선 위로 펼쳐진 건물과 집들은 미니멀한 형태를 띠며, 바탕은 추상 색면화와 같이 위와 아래가 이중으로 면 분할되어 칠해져 있다.

지평선 위의 집들과 건물, 그리고 등대들, 크레인, 그리고 벚꽃나무들의 형태들은 가까이서 보면 어린아이가 그린 것과 같이 투박하고 조야해 보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추상 색면화와 같은 바탕색과 함께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동화적이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목가풍의 시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에 반해 <세한을 지나-아침 숲에서>의 소나무의 그림이나 <저곳-대지의 끝>의 수풀들의 그림은 젤스톤과 묵을 혼합한 바탕색 위에 목탄으로 그 형태를 그려내고 있어 얼핏 보면 표현주의의 어두운 그림과 같이 내면의 음울한 정서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여 상반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개의 이질적인 이미지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분석해보면 상반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색채와 형태를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소나무와 수풀, 그리고 지평선 위로 펼쳐진 집과 건물들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였을까.

우선 그의 그림들의 상징들을 공시적인 구조를 통해 작품의 의미들을 해석해보면 그림들 각각이 지니고 있는 주된 상징과 그림 전체를 통해 보는 주된 상징은 다름을 알 수 있다. <저곳-대지의 끝>의 그림은 바닷가에 피어있는 수풀들이 주된 상징이며, <세한을 지나-아침 숲에서>의 그림은 바닷가에 서 있는 소나무들이 주된 상징이다. 그리고 지평선 위로 펼쳐진 집과 건물들의 그림들은 집과 건물, 그리고 등대, 벚꽃 나무와 크레인 등이 주된 상징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각각의 그림들을 전체적인 구조에서 연결해서 보면 그림들의 주된 상징은 그와는 다른 그 이면의 이미지들이 점진적으로 부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저곳-대지의 끝>의 그림은 수풀들보다는 바다와 육지를 맞닿는 경계선이 부각되며, <세한을 지나-아침 숲에서>는 소나무보다는 비가 내리는 바닷가의 끝에 서 있는 이미지가 눈에 들어옴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평선 위로 펼쳐진 집과 건물의 시리즈들에서는 땅과 하늘, 그리고 지평선 아래의 파도들에서 보듯이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닷가를 가르는 지평선이 점차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들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건물과 집과 벚꽃 나무 아래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이다. 그 그림자들은 그림 전체의 긴장감을 부각하며, 그림의 의미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20세기 초반의 화가인 조르조 데 키리코의 <거리의 우울과 신비>의 그림과 같이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림자와 함께 화면을 이중적으로 분할하며 마크 로드코의 추상 색면화와 같이 그림의 의미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색채들이다. 이미지의 형상들보다는 캔버스의 화면을 압도하고 있는 색채는 그의 그림에서 마크 로드코와 추상색면화와 같이 그의 내면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주된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그림자와 색채들, 그리고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그려진 이미지들, 그리고 지평선을 통해 그가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의 그림들의 의미를 유추해보기 전에 그의 그림들의 의미들을 이해하는 데에 하나의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작가 노트이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수평선과 지평선을 긋는다. /멀리 보이는 저곳/저곳에서 바라보는 이곳도/풍경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나의 풍경은 대지의 경계 위를 그린다./그 풍경 속의 집과 그림자는 나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지금 오후 몇 시쯤일까?”라고 말하고 있다.

즉 그의 그림에서 그림자는 작가 노트에서 보듯이 그가 살아온 삶의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지평선은 삶의 시간을 통해 진행되어 온 생각의 흐름과 현재 느끼고 있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상징물인 것이다. 그리고 지평선은 또한 작가 노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오후 몇 시’, ‘대지의 경계’의 문구나 <세한을 지나-아침 숲에서>의 그림에 그려진 바닷가에 서 있는 ‘소나무들’이나 <풍경-바람 앞에서>의 그림에서 그려진 바닷가에 피어있는 수풀들의 이미지들에서 보듯이 그림 전체의 의미 구조를 연결하는 주요한 축이며, 또한 그림의 의미를 추적할 수 있는 주된 열쇠이다.

달리 말하면 지평선은 하늘과 땅을 구분 짓는 선이지만, 동시에 삶의 시간을 통해 진행되어 온 모든 것들을 파노라마와 같이 바라보게 하는 시선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한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명상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의 그림에서 지평선의 의미를 명상적인 시선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화사하면서도 이중적인 색채 대비를 통해 일상의 모든 것들을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오게 하는 색채들이다.

또한 그의 그림들을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은 색채뿐만 아니라 전체 화면과 대조해 보았을 때 아주 작은 크기로 배치되어 있는 집과 건물, 그리고 벚꽃 나무와 등대들의 크기이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산과 계곡의 이미지가 크게 전면에 배치된, 인물은 아주 작게 그려져 있는 수묵화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그렇기에 그의 이국적인 풍경은 단지 색채와 형태의 크기를 외형적으로 바꾸는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느끼는 내면의 인식을 외형적으로 표현한 것을 그려내고 있어야 한다.

즉 그의 그림은 서구적인 재료와 이미지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지만, 자연보다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서구적인 시선이 아니라 인간보다는 자연이 중심이 되는 동양적인 시선을 기반으로 하여 ‘나’의 생각을, 나의 삶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으로부터 그려내고 있기에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다시 말해 그가 마주하고 있는 땅과 바다의 경계는 단순히 외형적인 경계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유와 ‘전체’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유들이 맞닿아 있는 인식의 경계이기도 한 것이다.

그의 이미지들은 회색의 색채로 표현하고 있지만, 전혀 음울하지 않으며, 화사하지만 담백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신의 중심에서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의 시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에 조금 더 다가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은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게 하는 또 하나의 지평선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의 시간은 몇 시쯤일까.

조관용 (미술 평론가, 미술과 담론 대표)

(출처 = 갤러리거제)

전시장 정보

Gallery Geoje(갤러리거제)

공간 운영
10:00 – 19:00
정기 휴관
월요일
전시장 문의
055-634-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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